미국-나토 77년 ‘대서양동맹’ 뿌리채 흔들
미, 중동전쟁 속 나토 후폭풍 예고
관세 균열이 전쟁 포화로 더 커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계기로 77년간 지속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뿌리째 흔들 태세다. 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이 정작 미국이 필요로 할 때 뒷짐만 지고 있다면서 연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현지시간) 시작한 이란과의 중동 전쟁 과정에서 나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더니 최근에는 ‘무용론’을 넘어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결정적 계기는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파병 요구였다. 해협 봉쇄로 곤경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를 위시한 동맹국들에 지난달 14일 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을 요구했는데 응한 국가는 아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하며 “기억하겠다”고 벼르는가 하면, 영국·프랑스·독일 등 나토의 주요 회원국들을 “종이호랑이”이자 “겁쟁이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수익자 부담 원칙’도 들고나왔다.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에 의존도가 큰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봉쇄를 뚫고 자국으로 에너지를 실어 나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가 지도록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고 말하더니 31일에는 대놓고 “가서 당신들의 석유를 직접 확보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은 스스로 싸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 그곳에 있지 않았듯이 미국도 더 이상 당신들을 돕기 위해 그곳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참모들도 가세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나토가 단지 유럽이 공격받을 때 우리가 방어해주는 것뿐이고 우리가 필요할 때 주둔권을 거부하는 것이라면 그다지 좋은 합의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도 “우리가 자유 진영을 대신해 이런 규모의 작전(대이란 전쟁)을 수행할 때 (나토의) 동맹들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할 의지가 있는지가 세상에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나토 내부의 균열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불거지기 시작해 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한층 뚜렷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서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리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러시아의 공세를 막아내는 우크라이나 지원도 유럽을 통한 ‘무기 판매’ 방식으로 바꿨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고율의 관세 부과에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관세 위협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이란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 수습되고 나면 미국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을 때 동맹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문제 삼으며 무역·안보 협상에서 한층 더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