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부동산신탁사 14곳 중 9곳 적자…2년간 1.1조
4분기 순손실 2819억원, 작년 적자 4681억원
책준형 PF사업장 부실 … 신탁계정대 9조원 육박
부동산신탁사 14곳 중 9곳이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사의 부실이 부동산신탁사로 전이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궁화신탁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명령)를 받은 가운데 업계 전체의 어려움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30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 14곳은 지난해 46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만 281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14곳 중 5곳이 적자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9곳에 달한다. 2024년 6611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까지 고려하면 부동산신탁사 14곳은 최근 2년간 1조12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153억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2분기 1342억원 적자, 3분기 599억원 적자, 4분기 2819억원 적자 등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적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교보자산신탁으로 9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코리아신탁(△696억원), KB부동산신탁(△608억원), 우리자산신탁(△396억원), 무궁화신탁(△279억원) 순이다. 이밖에도 대한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로 놓고 보면 우리자산신탁의 적자규모가 2206억원으로 가장 컸고, 교보자산신탁(△1496억원), 무궁화신탁(△932억원), 코리아신탁(△842억원), KB부동산신탁(△786억원) 순이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이유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수주실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토지신탁 보수가 감소했고, 책임준공형(책준형) 토지신탁 사업장 부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준형 토지신탁은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준공의무를 부동산신탁사가 함께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시공사에 문제가 발생해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책임준공확약을 한 부동산신탁사들이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사업비 조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탁사는 고유계정 자금을 신탁재산에 대여하고, 해당 자금은 신탁계정대 차입금으로 회계 처리된 뒤 사업비로 활용된다.
부동산신탁사 신탁계정대 규모는 부동산PF 부실과 함께 급증하고 있다. 2023년 이전까지 2조원 가량이었던 신탁계정대 규모는 2024년말 7조7016억원으로 전년말(4조8550억원) 대비 58.6% 증가했다. 지난해말에는 8조972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6.5% 증가했다. 책준형 PF사업장이 많은 부동산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 규모가 큰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이 1조1878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한토지신탁(1조777억원), 교보자산신탁(1조471억원), 신한자산신탁(1조421억원) 등이 1조원을 넘었다.
2024년말 기준 책준형 사업장의 PF실행 잔액은 신한자산신탁이 2조524억원으로 가장 많고 KB부동산신탁도 2조492억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자산 건전성도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 10조1701억원 중 부실자산(고정이하자산)이 6조7913억원에 달했다. 부실자산비율은 66.8%로 전년말(55.1%) 대비 11.7%p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저조한 수주실적이 이어지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신탁사의 수익창출력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기한 내 책임준공 약정을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의 PF대출 정리 과정에서 추가적인 신탁계정대 투입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또 “위축된 수주 현황, 신탁계정대 및 소송 관련 우발부채 부담을 고려할 때, 2026년에도 부동산신탁산업의 사업 및 재무전망은 비우호적”이라며 “부동산신탁사 신용평가에서 자본력 확보 수준, 사업장 정리 및 리스크관리 역량, 안정적 사업기반 여부를 종합적으로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부동산신탁사 CEO 간담회를 열고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PF사업장 부실, 책준형 사업장 관련 소송 패소 등으로 신탁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황 부원장은 “최근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넘긴 사업장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함에 따라 유동성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계획)을 재점검해 필요시 유상증자 등이 적시에 이뤄지도록 해달라”며 “준공기간이 도과한 책준형 사업장은 소송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해달라”고 당부했다.
PF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은 부동산신탁사를 상대로 26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판결이 난 6개 사업장에서 부동산신탁사들이 패소했다. 금감원은 신탁사의 책준형 소송 등과 관련해 유동성 및 건전성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