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다시 고개 드는 ‘부정선거론’

2026-04-01 13:00:02 게재

“저게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의심하면 징역이라는 건가?” “부정선거가 아니라고 의심하면 징역이라는 얘기도 같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를 듣다가 고개를 드니 ‘부정선거 의심하면 징역 10년’이라 쓰인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행인들은 “아직도 저러는 사람들이 있다”고 코웃음을 치면서도 “자꾸 저러면 또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려한다.

6.3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다시 거리에서 ‘부정선거’ 현수막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혐중·부정선거’ 현수막 단속을 강화한다더니 ‘혐중’이 빠진 내용은 괜찮은가보다. 거리뿐 아니다. 누리소통망에서도 ‘이미 기표가 끝난 투표용지’ 사진이 다시 떠돌고 ‘카더라’로 채워진 영상에 ‘좋아요’가 줄을 잇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는 각종 선거 업무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건 기초지자체 공무원이다. 선거인 명부 작성부터 공보물 발송과 투·개표 등 전반에 걸쳐 이들 손길이 닿는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개표까지 읍·면·동은 거의 전 직원이, 시·군·구 본청에서도 2/3 이상이 선거 업무에 차출된다. 선거가 아직 두달여나 남아 있지만 업무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모셔가려는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 현장에서 ‘부정선거’ 이야기를 꺼내면 모두가 고개를 내젓는다. 시도도, 행동에 옮기기도 불가능한 구조인데 공무원들이 부정선거에 동원됐다는 ‘카더라’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투표장과 개표장에서는 참관인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각종 시비를 견뎌야 한다는 경험담도 전한다.

투표장 업무 종사자로 선정되면 전날부터 몸을 사리는 건 물론 당일 새벽에는 목욕 재개를 하고 나오며 무사고를 기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 운행 시작 전 이른 새벽에 투표장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근처에 숙소를 얻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일쑤다. 한 공무원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전혀 없지만 어느 공무원이 자신의 평생을 걸고 그런 모험을 하겠냐”고 일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부와 지자체가, 심지어 정치권까지 부정선거 가능성을 부인해도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끈기가 놀랍다. 그 끈기를 ‘카더라’를 양산하는 데만 쓰지 말고 현장에서 활용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소정의 활동비가 지급되는데도 요즘 참관인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그 또한 읍·면·동 공무원에겐 부담이 된다). 투표와 개표 현장에서 자신의 눈으로 선거 진행 과정을 한번 살펴보는 게 어떨까. 공무원 등 ‘신뢰하지 않는’ 다른 이들에게만 맡기는 대신. 그 이후에도 부정선거라고, 공무원들이 개입됐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김진명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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