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성년자 보호는 사후 구제보다 사전 소통 우선으로
미성년자인 A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B와 일일 코스프레 카페를 열기로 했는데 체험은 하고 싶으나 위 행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A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관련 경험이 많은 성인 B가 비용을 제공하고 행사 준비 전반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B는 A의 미숙함을 이용해 불필요한 것도 필요한 것처럼 가장하여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고, 결국 용돈이 바닥난 A가 돈을 주지 못하자 이를 빌미로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결국 B는 A를 상대로 2000만원의 대여금 지급명령을 신청해 확정됐다.
부모님에게 혼날 것을 두려워해 밝히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A는 B가 위 지급명령을 기초로 재산명시 절차를 밟기 시작하자 부모님에게 발각됐고, 부모님은 즉각 사실관계를 파악해 소를 제기한 뒤 공단의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공단의 조력하에 법원은 일일 카페 운영 동업이 미성년자의 일상생활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이루어진 점을 인정하고, 이를 기초로 한 지급명령까지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은 미성년자를 보호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법적 보호는 강제집행 전 마지막 단계에서야 작동되었다.
A는 이미 지급명령이 확정되어 강제집행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비로소 다툼을 시작할 수 있었고, 적절한 조력을 받지 못했거나 A가 성인이었다면 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단계서야 미성년자 법적 보호 작동
민법은 미성년자를 보호대상자로 규정하여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는 법률행위에 대해 취소권을 인정하고, 동의 없는 소송행위를 무효로 본다. 이번 판결은 법리적으로도 당연한 귀결이다. 다만 이러한 보호는 ‘최종적인 방어수단’이 작동된 것일 뿐 지급명령 시기부터 청구이의 판결까지 약 1년 반 동안 미성년자가 겪은 심리적 압박이나 손해까지 완전히 보전해주지는 못한다.
오늘날과 같이 온라인 관계가 익숙한 미성년자들은 낯선 접근에도 쉽게 노출되지만, 스스로 그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다. 단순한 체험으로 인식한 행위가 법적 책임을 수반하는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망과 심리적 압박이 결합될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초기 단계에서 보호자나 외부에 상담을 요청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리적 부담과 상황에 대한 오판, 관계에서 형성된 압박감 등이 이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실제로 A가 적정 단계에서 조력을 얻었다면 B가 소송 중 준비금으로 사용했다고 입증한 금액이 250만~300만원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입증하지 못한 이자나 신용카드 대금이었던 점을 고려해 큰 위험 없이 상황이 정리됐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성년자 보호는 문제가 커진 뒤 최후적 보호장치로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을 숨김없이 공유하고 법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미성년자가 보호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부모나 교사에게 즉각 상담을 받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출발점이다.
솔직한 상담 환경이 미성년 보호의 출발점
이번 판결은 법의 최후 보호가 작동해 미성년자가 부당한 채무와 상대방의 심리적 지배에서 벗어나 정상적으로 사회에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의 보호는 언제나 사후적일 수밖에 없다. 미성년자가 위험을 인지한 순간 망설임 없이 상담하고 필요하다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보호가 완성될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성남출장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