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호르무즈 7개 섬 대상 지상작전 가능성
‘군사적 성공 가능성, 에너지시장 충격,
국내정치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찾기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면서 전쟁의 향방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 전략 거점을 둘러싼 군사적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해협 일대 7개 섬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란 방어선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CNN은 29일(현지시간) 미군이 지상작전에 돌입할 경우 이란 본토보다 호르무즈 해협의 주요 섬들을 우선 확보하는 전략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라라크·케슘·헨감 등 동부 4개 섬과 아부무사·대툰브·소툰브 등 서부 3개 섬은 이란이 구축한 ‘아치형 방어선’의 핵심 축으로, 해협 통제권을 좌우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이들 섬은 좁고 수심이 얕은 해협을 통과하는 대형 유조선과 군함의 이동 경로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특히 서쪽 3개 섬은 사실상 필수 통과 지점으로 이란이 미사일과 소형 공격정을 활용할 경우 해협 봉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방어선을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해협 장악 여부가 곧 전쟁 주도권을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선택지로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 타격도 검토되고 있다. 이 섬은 이란 석유 수출의 약 90%가 집중된 지역으로 장악 시 이란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만 석유 인프라 파괴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시장 충격과 전후 복구 지연 문제, 그리고 국제적 비난 가능성이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미 전쟁부가 수주간 지속되는 지상작전을 염두에 두고 모의훈련(워게임)을 실시해왔으며 즉흥적 계획이 아닌 장기간 준비된 옵션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해병대 약 5000명과 공수부대 약 2000명 등 총 7000명 규모 병력이 집결한 상태다.
작전 방식은 전면 침공이 아닌 특수부대와 보병을 결합한 기습형 작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목표는 하르그섬이나 해협 인근 해안·섬 지역을 제한적으로 점령해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내부에서도 “점령 자체보다 병력 보호가 훨씬 어렵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평가다.
정치적 변수도 커지고 있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가 공동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2%가 이란 지상군 투입에 반대했고 찬성은 12%에 그쳤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이른바 ‘노 킹스’(왕은 없다) 시위가 28일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열렸다. 지난해 6월과 10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주최 측은 워싱턴DC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50개 주에서 총 3300여건의 집회가 열렸고, 8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밖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유럽을 비롯해 남미, 호주 등 12개국이 넘는 곳에서 시위가 계획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선 현지 거주 미국인을 비롯해 프랑스 노조, 인권단체 관계자 수백명이 바스티유 광장에 모였다. 영국 런던에서도 전쟁에 반대하는 참가자들이 “극우 세력을 막아라” “인종차별에 맞서 싸워라”라고 쓴 현수막을 들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선 수천명이 “전쟁 없는 세상”을 외치며 거리를 행진고, 친트럼프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미국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균열이 감지된다. 더힐은 28일 텍사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친트럼프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도 지상전 신중론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지상전은 미국을 더 가난하고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역시 병력 투입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결국 미국의 선택은 군사적 성공 가능성, 에너지 시장 충격, 국내 정치 리스크라는 세 가지 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7개 섬은 단순한 지리적 거점을 넘어 전쟁의 확전 여부와 종전 조건을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적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