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비용 내라” 트럼프 구상에 중동 격랑
이란엔 ‘인프라 초토화’ 통첩…협상-확전 놓고 ‘고위험 치킨게임’
중동전쟁이 5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중동 정세가 협상과 확전의 갈림길에서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아랍 국가들에 전쟁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구상까지 내비쳤다.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 국가들에게 비용 분담을 요청하는 데 상당한 관심이 있다”면서 “대통령의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걸프전 당시 일부 나라가 전쟁비용을 부담했던 전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구상이 현실화 할 경우 중동 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의 공격으로 이미 피해를 입은 상황인데 전쟁비용까지 부담해야 해야 할 경우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강경한 군사적 위협을 병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가 안되면 이란 발전소와 석유 생산 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유전과 하르그 섬뿐 아니라 해수 담수화 시설까지 포함시켰다"고 전했다.
이는 민간 인프라까지 겨냥한 것으로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부르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전력과 수도 시설에 대한 공격은 집단 처벌이자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미군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핵심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해협 통제 강화를 위한 관리 계획을 승인하며 통행료 부과, 특정 국가 선박 제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해협 개방을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확전 조짐도 뚜렷하다.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이 다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강경한 태도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며 작전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협상과 군사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는 ‘고위험 치킨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