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내란 동조한 주요 공범들 처벌했어야"

2019-02-14 11:45:45 게재

고위장성, 당정청 핵심간부, 검찰과 대법관 등 대상

김용원 "내란동조해 부귀영화 누린 자 죄상 밝혔어야 "

"내란이 무엇인가. 온 국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국가의 근본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런 내란에 착수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거대한 내란집단이 필요하다. 5.17내란은 성공한 내란으로 수년간 지속됐다. 그러므로 5.17내란에는 무수한 공범들이 있다." 김용원 변호사가 그의 책 '천당에간 판검사가 있을까'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그의 말대로 내란주범 중 고작 11명만 처벌되고 주요 공범들이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고, 처벌된 이들도 곧바로 사면복권 됐다.

'5.18 망언 의원' 제명 요구 기자회견│5.18 민주화운동 진실규명과 역사왜곡대책위원회 소속회원들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5.18 망언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전두환처벌 = 노태우 정권과 3당합당으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은 처음엔 전두환 노태우를 처벌할 의사가 없었다. 김영삼정권 초기 전.노를 청와대로 초청해 칼국수를 대접하고, 노태우 아들을 민자당 대구지역 지구당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전.노의 충복이던 이춘구를 민자당 대표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의 뜻에 따라 검찰은 12.12 당시 육군 참모총장 정승화가 전.노를 군사반란죄와 상관살해죄로 고소한데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검찰은 또 5.18광주민중항쟁연합이 전.노를 내란죄와 내란목적 살인죄 고소에 대해서도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궤변으로 '공소권없음' 처분했다. 3당합당으로 권력을 잡은 김영삼 정권의 '지난 일을 가지고 논란을 계속하는 것은 국력만 소모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1995년 6.27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이 참패를 당하자 김영삼 정권은 전두환 노태우 구속으로 국면 돌파를 시도했다. 검찰은 노태우비자금사건을 계기로 1995년말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하고 군사반란죄와 내란죄 등으로 기소했다.

◆"내란 제대로 처벌했으면 망언 못나와" = 당시 전.노와 함께 기소된 인물은 유학성 황영시 이희성 주영복 차규헌 정호용 이학봉 허삼수 허화평 등 11명뿐이다.

김 변호사는 "김영삼이 진정으로 역사를 바로 세우려 했다면 내란이 시작된 이래 내란정권이 소멸될 때까지의 전체기간에 내란집단의 핵심부에 참여해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가차없이 탄압하고 그 대가로 부귀영화를 누린 자들을 몽땅 가려내어 그 죄상을 명백히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두환은 사형을 집행했어야 하고 주범들은 사면없이 형을 살렸어야 한다"며 "그랬으면 지금과 같은 망언이 터져나올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전두환일당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주도자 △군부 고위 장성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집권당 핵심간부들 △행정부의 장차관 △정보.수사기관의 책임자 △사법부의 대법원 판사들은 모두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억누르면서 내란정권을 도와 부귀영화를 누린 자들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내란죄 판결 '한심' = 재판의 핵심쟁점 중 하나는 내란죄 공소시효와 관련해 '내란이 언제 끝났느냐'는 점이다. 1심 재판부는 1981년 1월 비상계엄이 해제됨과 동시에 내란이 끝났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987년 6월29일 6.29선언으로 비로소 내란이 끝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 견해와 같았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 견해대로 내란이 1981년 1월 끝난다면 그 날짜 이후 전두환은 더 이상 내란 주범이 아니고 이 나라의 어엿한 대통령이었다는 결론"이라며 "어떻게 내란의 주범이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해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변신할 수 있고, 내란 주범이 대통령으로 앉아서 국가권력을 사유물처럼 휘두르고 있는데도 어찌 내란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정권기간 내내 적반하장 저질러 = 내란수괴 전두환이 1981년 3월3일 임기 7년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이나라에 본격적 내란정권시대가 개막됐다. 내란정권은 그때부터 전두환이 퇴임할 때까지 갖가지 폭압적 불법행위들을 계속 저질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무참해 유린했다. 내란정권의 불법행위가 법과 질서의 확립이라는 미명아래 시행됐다. 내란정권의 모든 불법행위들이 마치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게 됐고, 오히려 그 불법행위에 저항한 국민의 투쟁이 범법행위로 단죄됐다.

수만, 수십만의 대학생을 비롯해 많은 민주인사가 단지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는 이유만으로 곤봉세례를 당하고 교도소에 감금됐다. 내란에 저항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광주항쟁이 '폭도들의 난동'으로 매도당한 것도 바로 내란정권때 부터였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망언은 바로 내란정권의 시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김영삼 정권의 미온적 대처로 전두환 내란주범들에 대한 법적 처벌의 기회는 사라졌지만,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망언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국대 로스쿨 한상희 교수는 13일 민주당 주최 토론회에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 등의 행위보다 5.18 부정표현의 행위가 더 심각한 범죄로 규정돼야 한다"며 "독일이 형법 제130조를 계급투쟁선동죄에서 홀로코스트부인죄로 전환해 개정한 사례를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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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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