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은 정의와 효율성이 만나는 지점"
국회 논란 플랫폼 독점 조명
김형배 원장 '공정거래법' 펴내
"시장가치 '효율성' 훼손 안돼"
4차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함에 따라 데이터들로부터 나오는 정보자산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공정과 효율성이 대척점에 있는 듯 맞서 있다.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기능이 상품서비스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이와 연결된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경쟁법의 이슈가 됐다. '플랫폼 독점' 문제로 정부 부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 산업통산자원부 등이, 국회에서는 정무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이 이견을 보이며 민감한 내용을 치열하게 다루고 있다.
빅데이터와 플랫폼 문제는 그동안 소비자보호차원에서 주로 논의됐지만 최근엔 데이터를 보유한 경쟁사간 기업결합이 이뤄지면서 공정경쟁 논란으로 번졌다.
플랫폼 구축은 초기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데이터 처리의 한계비용이 매우 적은 독특한 비용구조를 갖고 있어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어렵다. 또 인공지능(AI)가 결합하면서 직접적인 합의나 사업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알고리즘간 담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람의 지시나 개입 없는 인공지능간 담합은 처벌할 수 있는지, 처벌한다면 누구를 처벌해야 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과 30년간 살아온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사진)은 공정거래법의 기초부터 빅데이터가 만든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한 논란까지 다룬 '공정거래법 이론과 실제' 개정판을 내놓았다.
이 책의 강점은 많은 부분을 경제학과 이를 설명하는 도구들을 담은 '이론'에 미국, EU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나온 주요 판례인 '실제'를 얹었다는 점이다. 특히 2년여 만에 개정판을 내놓으면서 30차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따라 새롭게 도입되거나 보완된 내용이 세심하게 보완됐다. 최근 주요한 심결례와 판결들도 새롭게 들어갔다.
김 원장은 "법이 추구하는 정의 내지 공정이라는 가치와 경제학이 추구하는 효율성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는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어느 가치를 우선 추구해야 할까하고 늘 고민해 왔다"며 "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정의와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효율성이 일부 상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과 법과 경제학이 만나는 대표적인 분야가 경쟁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시장경제의 근본적 가치인 효율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은 늘 가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을 시장경제의 헌법으로 보고 법학의 몸에 경제학의 옷을 입히려고 꾸준히 시도해왔으며 그 결실을 이 책에 담았다.
김 원장은 1991년부터 30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근무하면서 공정거래정책과 제도를 만들었다. 카르텔 조사국장, 시장감시국장, 시장구조 개선정책관을 거쳤고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경쟁소비정책 자문관, 주미한국대사관 경쟁협력관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부의장을 지내며 경쟁법의 국제적 동향과 새로운 이론을 가까이에서 접하게 됐다. 상임위원때는 부당지원, 사익편취, 시장지배력남용 등의 심리와 의결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