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성 교수의 삐딱한 수학 이야기
수학과 '융합의 힘'
4차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융합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하루도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스마트폰. 이는 대표적인 융합 사례다.
인터넷 센서 카메라 오디오 비디오 인공지능 전화 바이오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스마트폰이라는 한 기기에 담았다.
2000년대 전후 세분화된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았던 3차산업혁명 시기와 달리 지금은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4차산업혁명형 전문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적 지식'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를 배양한 '융합형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단순 결합과 다른 '융합'의 힘
먼저 융합은 결합과 다르다. 결합은 서로 다른 것들이 단순히 모여있을 뿐이다. 반면 융합은 단순한 결합을 넘어선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인 협업은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될 수 없다.
융합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유기적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 그런 사람을 융합형 인재라 부른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맞은 새 시대의 인재, 그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14~18세기 학문과 예술이 꽃피우기 시작한 르네상스와 근세를 떠올려보자.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학문 경계가 없었다. 당시 유럽 대학은 의학 법학 신학의 전문직 학과를 제외하고는 철학과에서 문학 언어 과학 철학 수학 기술 예술 등 전 과목을 가르쳤다.
다빈치와 데카르트가 수학 철학 예술 신학 등 학문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당시야말로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융합적 교육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사인(sin) 함수를 들어봤을 것이다. 각도를 입력하면 규칙에 의해 어떤 값을 뱉어 내는 함수다. 사실 이 사인 곡선은 융합 지식의 대표적인 예다.
이 사인 함수는 '어떤 반복되는 패턴을 표현할 때' 쓰인다. 코사인인지 사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 반복되는 패턴'을 그냥 사인 함수 혹은 사인 곡선이라고 부른다. 이런 왔다갔다 패턴을 진동(oscillation)이라고도 부르는데 직관적으로 용수철 추 현악기 등의 움직임에서 쉽게 관찰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너무 많은 것들에 이런 반복의 패턴이 숨어있다. 아니 세상의 거의 모든 것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먼저 우리가 본다는 것은 빛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빛은 태양으로부터 아무 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뚫고 지구까지 온다. 오르락내리락 물결치듯 파동(wave)으로 날아온다. 과학적으로 보면 빛은 더 큰 개념인 전자기파의 한 종류다. 얼마나 오르락내리락 꼬불꼬불한 정도에 따라 다양한 전자기파로 나뉜다.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꼬불꼬불 사인 곡선은 고전물리학 현대물리학을 관통해서 4차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과학의 한 가운데에 있다. 사소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지식의 한 조각을 가지고 여러 분야를 꿰뚫어버리는 바로 이것이 융합이다.
시야 제한하는 한우물 신화 벗어나야
한우물을 파라는 격언은 절대 진리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우물을 파면 팔수록 자신을 그 속에 가둬 다른 것은 볼 수 없게 만들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융합은 우물을 파더라도 여러 우물을 파고 우물들끼리도 연결시키는 노력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우물의 제한된 시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창의도 혁신도 가능하게 된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하나하나의 구슬도 융합의 이름으로 꿰었을 때 더 가치를 발한다.
수학이야말로 각각의 구슬을 꿰어주는 실이다. 또 실 자체(수학)도 여러 구슬을 꿸 때 더 가치를 발한다. 융합을 통해서 수학을 배울 때 개념의 이해도 심화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