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시험대 오른 미국의 AI 산업
인공지능(AI) 거품론을 거침없는 기술혁신으로 잠재운 미국의 AI 산업이 산업 외부에서 발생한 악재로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미국에서는 AI의 필수설비인 데이터센터의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각한 수준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초기에는 디지털 골드러시(Digital Gold Rush)로 불리며 각 지역의 유치 대상 1순위였으나 점차 부정적 기류로 변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전력 소비 및 전기요금 인상이 전국 공통의 대표적인 이유이지만 지역별로 수자원 고갈과 환경오염, 소음 및 생활환경 저해, 낮은 고용 창출 및 세금 혜택 논란 등 다양한 양상을 띤다.
반대 활동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수자원 소비가 대폭 증가한 2025년에 들어와서 전국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정치화되기에 이르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2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에만 전국적으로 약 1000억달러 규모의 AI 프로젝트 20여 건을 저지하거나 연기시켰다.
트럼프의 앤트로픽 기술사용 중단 지시의 파장
사태가 심각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빅테크 기업들과 소통한 후 데이터센터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직접 발전소를 짓거나 개별 구매계약을 체결해 전력 자급자족 체제를 구축하도록 하는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을 대통령 입회 하에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미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AI 기업의 대립이 정부의 가혹한 기업 제재로 발전한 사건이다. 기업 AI 시장의 선두주자인 앤트로픽은 작년 중반 펜타곤(전쟁부)에 대한 AI 서비스 계약업체로 선정됐다.
문제는 앤트로픽이 펜타곤에 자사 모델 클로드가 대규모 국내 감시나 인간의 개입없는 자율 무기에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자사의 원칙을 준수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펜타곤은 원칙 준수 요구에 즉답을 하는 대신 자신들은 AI 전략에 명시된 대로 모든 합법적 용도로 해당 도구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양자는 충분히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사안임에도 각자 추상적인 수준의 원칙과 합법을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계약은 파기되고 앤트로픽은 적대국 기업에 적용되던 ‘공급망 위협 기업’으로 지정되는 제재를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통제불능의 급진좌파 AI 기업’이라고 비난하면서 모든 연방기관에 앤트로픽의 기술 사용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월 28일자 사설에서 ‘미국정부는 AI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싼 사소한 논쟁을 미국 군대와 정부 전체에 해를 끼치는 자멸적인 정치적 무력시위로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하면서 ‘이로 인한 승자는 중국이며 베이징의 공산당은 지금 환호하고 있을 것’이라고 장탄식했다.
앤트로픽은 공급망 위협 기업으로 지정된다면 소송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이 사태의 파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민주당계로 ‘찍힌’ 앤트로픽 제재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격화되고 AI 산업계는 당분간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산업계의 대립은 AI 산업 발전에 자멸적 행위
가장 중요한 것은 AI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 감정이 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AI 발전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불안이 저변에 잠재된 상태에서 AI 기술의 비윤리적 활용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 기업의 공방은 AI에 대한 민심에 설상가상이다.
해결이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한 미국의 AI 산업계와 정부는 협동정신의 중요성을 알리는 이인삼각에 대한 지혜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계와 정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