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입법 끝낸 민주당, 민생 입법 속도전 나선다
“매주 목요일 본회의 … 상임위 수시 점검”
한병도 “상임위 심사에 가용 시간 총동원”
법안 처리율, 산업위 최고·정보위 최저
의장실 “민생법안 많아 … 여야 합의 원칙”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입법 처리에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에도 일방적인 입법에 나섰지만 지지율 하락 등 우려했던 부분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구경북 통합법 처리를 놓고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등 야당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주요 쟁점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이 기세를 몰아 민생 입법에 주력할 예정이다. 민생 법안에는 이재명정부의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까지 포함돼 있다. 첫 관문은 대미투자특별법이 될 전망이다.
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상황에서 단독으로 사법개혁 3법에 이어 국민투표법 개정안, 전남광주 통합특별법, 지방자치법 개정안,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류돼 있는 대구경북통합특별법, 충남대전통합특별법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전남광주특별법을 우선 처리한 후 두 행정통합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국민의힘의 일치된 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입법 열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시한인 9일까지 특위를 넘어 12일엔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여야는 이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9건의 법안을 상정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한 후 오는 4일부터 소위를 가동, 법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원내대표는 “입법 공백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투자 계획과 공급망 전략을 세울 수 없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경제로 전가된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앞으로 민생입법 등에 속도를 낼 것임을 강조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입법 속도를 높일 것을 수차례 요구해 왔고 이에 대해 원내지도부로서는 대답할 수밖에 없다”며 “쟁점법안들을 먼저 통과시킨 이후에는 민생법안을 중심으로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투트랙을 세워놓은 만큼 이제는 민생입법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가용한 시간에는 전부 상임위 회의를 잡아 산적한 입법 과제를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인 위원회를 전면적으로 가동하고 3~4월 임시국회때 매주 목요일에 본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필요하다면 상임위를 단독으로라도 개최하고 나아가 필리버스터 관련 국회법을 재개정해서라도 국민의힘의 민생인질극을 돌파하겠다”며 “우리의 입법 속도에 절박한 민생 회복과 사회대개혁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입법 심사를 막을 경우 민주당 소속 상임위 중심으로 입법을 처리하는 ‘플랜 B’까지 제안한 셈이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입법이 추진된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안보와 민생이 걸린 상임위들을 통째로 내팽개치고 있다”며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운영 실태를 공개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획위원회는 2025년 12월 4일 이후 단 한 번의 회의를 열지 않았고 외교통일위원회는 1월 28일이 마지막이었고 국방위원회는 2025년 12월 27일부터 지금까지 무려 100일간 문을 닫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회의를 막는 도구로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국익과 국민의 삶을 볼모로 잡고 일하지 않는 국회를 고집한다면 상임위원장직은 나눠 먹기식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며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를 포함한 국회 운영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이같은 압박은 부동산거래법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 부동산관련법안과 같은 이재명 대통령의 입법 요구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법안 처리 실적을 보면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22대 국회들어 제출된 의안은 1만7175건이고 처리된 건 26.3%인 4528건이다. 처리율이 30%이상인 상임위는 산업위(36.4%, 이철규 위원장), 성평등가족위(35.4%, 이인선 위원장), 과기위(34.7%, 최민희 위원장), 재경위(33.8%, 임이자 위원장), 국방위(30.3%, 성일종 위원장), 문광위(30.2%, 김교흥 위원장) 등 6개 였고 이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 4곳에 달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17개 상임위 중 7개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맡고 있는 상임위에 비해 입법 심사 성적이 좋은 편이다.
반면 20% 이하의 입법처리실적을 보인 상임위는 정무위(17.3%, 윤한홍 위원장), 외통위(17.2%, 김석기 위원장), 운영위(9.6%, 한병도 위원장), 정보위(0%, 신성범 위원장) 등 모두 4곳이다. 이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인 곳이 3곳에 달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생입법 상황실을 만들어 상임위별 입법상황을 챙기고 있다”며 “국정과제 법안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입법에 계속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장실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걸어놓은 법안이 20개정도 남아있고 본회의에 올라와 있는 민생법안들도 많아 처리해야 한다”면서도 “의사일정은 여야 합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매주 목요일 본회의’ 일정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