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세금법 제안

2026-03-03 13:00:03 게재

2026년 중간선거까지 약 8개월이 남은 가운데 캘리포니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억만장자 세금’이 떠오르고 있다. 아직 주민투표에 부쳐지지 않았지만 이 초부유층 과세 논쟁은 비록 앞으로 몇달 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서비스노동자국제노동조합 산하 통합 의료노동자 서부가 있다. 이 단체는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의료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다. 이 노조는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이면서 2025년 말 순자산이 10억달러를 초과하는 약 200명의 억만장자에게 일회성 5% 자산세를 부과해 연간 약 300억달러에 달하는 주 의료재정 공백을 메우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안건이 11월 투표용지에 올라가려면 6월 24일까지 약 87만5000명의 등록 유권자 서명을 받아야 한다. 주민투표에 상정될 경우에도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지지자들은 트럼 행정부에서 단행한 연방 의료 예산삭감으로 캘리포니아의 메디칼 가입자 수백만명이 보험 상실 위기에 처했다며 부유세가 이를 보완할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비당파 정부기관인 입법분석국(LAO)은 해당 부유세가 주정부에 수십억 달러의 세수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른 세목에서 세수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LAO는 실제로 징수하게 될 정확한 금액은 여러 이유로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며 억만장자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억만장자의 상당수 자산이 변동성이 큰 주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뚜렷한 분열 낳아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 세금 제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주 예산이 고소득층 세수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초부유층의 이탈이 재정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1월 주민투표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제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향후 표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2022년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증세안에 반대했고,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2023년에는 5000만 달러 초과 자산 과세안에 반대했으며, 이 법안은 표결에 부쳐지기 전 보류됐다. 또한 2020년 순자산 3000만달러 초과 주민에게 연간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무산된 바 있다.

반면 버몬트 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로 카나 하원의원이 부유세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전에도 임시 세금 조치를 통과시킨 바 있다. 2012년에는 연간 소득이 25만달러 이상인 주민의 판매세 및 개인 소득세 인상을 위한 제안 30호를 승인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2월 1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억만장자 세금 캠페인 출범 행사에 참석해 미국 내 심화되는 부의 격차를 강조했다. 그는 억만장자 세금을 단순한 조세 정책 논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경제적 정의의 문제로 규정했다. 샌더스는 연방 의료 예산 삭감, 소득 및 부의 불평등 확대,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한 고용불안 등을 거론하며 “초부유층의 탐욕이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세금 제안에 대해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트럼프의 주요 지지자인 페이팔 공동 창립자 피터 틸과 벤처 캐피털리스트 데이비드 색스는 해당 정책기조에 반발하며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밝힌 바 있다. 캘리포니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의 회장 롭 랩슬리는 부유세가 승인되면 주의 혁신경제를 파괴하고 세수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모든 캘리포니아 주민이 더 높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일부 유명 인사들의 이주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명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와 관련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그의 대변인 말을 인용해 ‘자녀와 손주들과 더 가까이 있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여전히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캘리포니아 내 활동을 축소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12월 캘리포니아 국무장관에게 제출된 서류에는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와 연관된 다른 회사들이 최근 캘리포니아 밖으로 전환된 것이 드러났다. 구글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플로리다에 대저택 구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올해 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세금이 부과되더라도 전혀 문제없다”고 밝혀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주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 유권자 여론도 부정적 의견 많아

법적 쟁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억만장자 세금 제안측은 주 헌법 개정을 통해 세금을 도입하기 때문에 합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과될 경우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이를 견제하기 위한 다른 주민발의안들도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억만장자 측 변호사들도 투표가 통과되더라도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일론 머스크등 억만장자들을 대리한 변호사 알렉스 스파이로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지사 뉴섬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조치가 진전되면 우리 의뢰인들은 강력한 헌법적 도전을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만약 억만장자 세금 제안이 입법이 돼도 주 정부는 2026년 말까지 세금의 합헌성과 소급 적용 여부를 둘러싼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캘리포니아주 이탈 여부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거나, 순자산이나 개인 자산 평가에 문제를 제기하는 부유층으로부터 수많은 소송이 제기될 전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 세금법 지지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진보적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안된 부유세 입법에 대해 응답자 중 48%가 찬성, 38%가 반대, 14%가 미결정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는 공화당 전략가 마이크 머피가 고용한 멜만 그룹이 진행했으며, 일부 고액 자산가를 포함한 2026년 11월 중간선거 유권자 집단을 대표하는 800명이 참여했다. 조사에서는 유권자들에게 투표 자료에 포함될 공식 제목과 요약을 했다. 이와 관련해 멜먼은 “50% 미만으로 시작하는 발의안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응답자들에게 초부유세 제안에 긍정적·부정적 정보를 제공한 후 찬성은 46%로 떨어졌고, 반대는 44%로 증가했다. 유권자들은 이 조치가 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69%는 억만장자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변호사와 회계사를 고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 정부가 예상보다 적은 세수를 거둘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억만장자들이 주를 떠나면서 회사를 함께 이동시켜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은 법정 분쟁 가능성이 매우 높거나 거의 확실하다고 답했으며, 현재 주 세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억만장자들이 세율이 낮은 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회적 불평등 시험하는 '어려운 싸움’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 세금법 제안은 조세를 넘어 정치·경제·사회적 논쟁을 동시에 촉발하고 있다. 민주당 내 분열과 실리콘밸리 반발, 여론의 의구심 등으로 11월 주민투표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성공 여부는 유권자 설득력과 법적 대응, 부유층의 거주·자산 이동에 달려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 재정과 경제, 사회적 불평등을 시험하는 ‘어려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서민원 CA 변호사·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