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 위기 엄습하는데…여 ‘입법독주’, 야 ‘장외투쟁’

2026-03-03 13:00:02 게재

미국발 관세 인상·중동발 전운 등 대외 위기 잇따라

여야, 정쟁과 내홍에만 정신 팔려 늑장 대응할 우려

관세 위기 넘을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협치’ 시험대

장동혁 대표, 최고위 모두발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지난달 28일 미국이 이란을 겨냥해 포문을 열던 시간,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충돌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3일부터는 무기한 장외투쟁에 돌입한다. 나라 밖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나라 안 정치권은 정쟁과 내홍에만 정신이 팔려 늑장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나라밖에선 국가적 위기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예고에 이어 미국의 이란 공습이 이뤄졌다. 한국 경제에 심각한 충격파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당장 이날 오전 나흘 만에 문을 연 주식시장은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국회는 여당의 입법독주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정면충돌하면서 멈춰 있었다. 민주당이 지난달 24일 사법 3법(법 왜곡죄법,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상법 개정안 등의 처리를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7박 8일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1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협조를 요구하며 필리버스터를 중단했지만, 3일부터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3일 오후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부터 청와대까지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도보 행진’에 나선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건 지난해 9월 이후 반 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가진 뒤 5일 이후에는 전국 순회 집회를 연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3일 도보 행진에 앞서 “3.1절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기려야 할 연휴 기간, 민주당은 기어이 국회 본회의에서 ‘사법 3법’을 일방 처리했다. 이는 선열들이 피로써 지켜낸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법치’와 ‘삼권분립’을 정권의 안위 앞에 무릎 꿇린 반헌법적 폭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내홍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7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는 등 재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뜻을 비치면서 강성보수진영에서는 “분열세력”이라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한 전 대표를 따라 대구를 찾은 친한계 의원들을 겨냥해 “해당 행위”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는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의 대구행에 대해 “장 대표 본인에게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지만 당을 위해서는 (도움이 됐다)”며 “(해당이 아닌) 해장(張) 행위 아니냐”고 반박했다.

나라밖에서 위기 징후가 잇따르는 가운데 여야가 정쟁과 내홍에만 정신 팔린 모습을 연출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쟁 중단과 협치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트럼프발 관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의 조속한 처리가 여야의 ‘협치’ 의지를 가늠할 잣대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는 3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늦어질수록 대미 협상력은 약화되고, 한미 경제협력의 실익은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대미투자특별법의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여야는 2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위’를 오는 4일부터 재가동하기로 일단 합의했다. 특위는 여야 충돌로 인해 공전된 상태였다. 특위가 활동시한으로 정한 9일까지 특별법에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에 대비한 여야의 발 빠른 대응도 요구되지만, 여야는 6일 외통위 긴급 현안 질의를 잡은 정도다. 여야가 손잡고 위기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야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도 정쟁만 일삼을 경우 6.3 지방선거에서 심판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심판론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을 향할 수도, 아니면 국정을 비판하는 야당을 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인사는 3일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치면 여야 모두 국민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정쟁을 중단하자고 하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국민 눈치도 보지 않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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