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목표 달성형 전쟁’ 시사
지상군 발언으로 공습 중심 전략 수정 가능성 … 미국 내부 여론은 ‘싸늘’
그간 미국은 중동에서 공중·해상전 위주의 ‘저강도·단기 개입’ 전략을 유지했다. 병력 손실과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상군 투입은 전쟁의 목적과 범위를 질적으로 바꾼다. 핵시설 직접 확보, 미사일 기지 장악, 전략 거점 통제, 군사 인프라 무력화는 물론 경우에 따라 정권 교체 압박까지 목표가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단기 타격이 아닌 중장기 점령과 재건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의미와 맞닿는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목표를 “탄도미사일 능력 완전 제거”와 “핵 프로그램의 재건 불가능 상태 확보”로 설정한 이상 군사적 개입의 수위는 언제든 확대될 여지가 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할 경우 이란의 광범위한 비정규전 역량과 혁명수비대 조직망을 고려할 때 단기 승리 보장은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의회 브리핑을 앞두고 “미군으로부터의 가장 센 공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다음 단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작전 목표를 “이란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파괴하고 이를 재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급진적 성직자가 통치하지 않는 이란을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정권 교체는 공식 목표가 아니라고 재확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공격의 정당성을 두고 ‘임박한 위협(imminent threat)’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이 예정돼 있었고, 그 경우 이란이 즉각 중동 내 미군을 타격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예방적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향후 의회와 법률가 집단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을 불러올 전망이다. 과거 이라크전 개전 당시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논란이 재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내 정치 지형은 전면전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히 우호적이지 않다. CNN이 SSR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과반이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지상군 파병에는 약 60%가 반대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의 장기화는 미국 유권자에게 ‘끝없는 전쟁’의 기억을 남겼다. 수천억 달러의 전비와 수많은 인명 손실은 여전히 정치적 상흔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명예훈장 수여식과 군 관련 행사에서 희생과 영웅담을 강조한 배경에도 이러한 여론 환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 메시지를 통해 결집을 도모하는 동시에 전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려는 정치적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공화·민주 양당 내에서도 확전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 장기전으로 비화할 경우 의회의 예산·권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전쟁의 또 다른 전선은 에너지 시장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자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봉쇄 또는 부분적 차단만으로도 유가 급등, 해상 보험료 상승, 물류 지연,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유가 급등은 미국 국내 물가와 직결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쟁은 군사 문제를 넘어 거시경제 변수로 확장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달러와 금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미 행정부는 “이라크전 같은 끝없는 전쟁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시간 제한은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조기 승리를 자신한다는 메시지이자 필요하다면 장기전도 감수하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의 표현으로 읽힌다.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군의 중동 재배치와 동맹국의 참여 문제도 새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향후 전개는 세 가지 축에서 가늠될 전망이다. 첫째, 이란 지도부가 내부 결속을 유지하며 결사항전에 나설지 여부. 둘째, 미국이 실제로 지상군 투입이라는 고위험 결단을 내릴지 여부. 셋째, 호르무즈 해협 위협이 실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큰 파도’가 협상 압박을 위한 수사적 표현에 그칠지, 아니면 중동 정세를 전면전 국면으로 밀어 넣는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발언은 전쟁의 무게 중심이 단기 응징을 넘어 구조적 재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에서 시작된 충돌이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 전반을 뒤흔드는 복합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