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사흘째 충돌…전면전 문턱까지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강행
헤즈볼라 참전으로 전선 다층화
미군 전사자 발생에 여론 요동
유가 10% 급등·금·달러 강세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며 중동 정세가 전면전 문턱까지 치닫고 있다. 공중과 해상, 사이버 공간을 넘나드는 ‘다층 전쟁’ 양상이 전개되는 가운데 미군에서도 첫 전사자 3명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며 확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섰다. 여기에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가세하면서 전선은 레바논, 걸프, 동지중해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새벽부터 테헤란과 인근 군사시설 주변에서 연쇄 폭발이 보고됐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테헤란 전역의 전략·군사 표적에 대한 추가 공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역시 이란군의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를 정밀 선제 타격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핵심 전력 무력화 작전이 효과적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방공망과 지휘통제체계, 혁명수비대(IRGC) 관련 시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이란 국영방송은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위치한 미 해군 5함대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걸프 지역 상공에서는 다수의 요격 작전이 벌어졌고, 일부 잔해가 주거 지역에 떨어졌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레바논 남부 국경에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이 발사됐으며, 헤즈볼라는 아야톨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순교”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거점에 대한 공습으로 대응했다.
확전의 불씨는 동지중해로도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가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를 미군 작전에 활용하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한 직후 인근에서 드론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긴급 화상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이란의 공격을 “지역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탄하고 공동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군사적 직접 개입 여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 개시 이후 첫 전사자 3명과 중상 5명을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연설과 인터뷰에서 “미군의 희생에 반드시 응답할 것”이라며 “이란 정권의 위협이 제거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통화에서 작전 기간을 “4~5주로 예상했으며 필요하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 엄청난 양의 탄약과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출구에 대해서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가능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니다”라며 강경 입장을 유지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봉쇄 조치는 곧바로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브렌트유는 장외시장에서 전장 대비 8~10% 급등해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고, 일부 거래에서는 85달러선을 넘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실제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금융시장도 급변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금 가격은 온스당 5390달러로 2% 이상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았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장 초반 2% 넘게 급락했으며, 홍콩 항셍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공급 차질이 단기에 그칠 경우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1970년대식 오일쇼크에 버금가는 파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변수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미국 대선 국면과 맞물린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과 경제적 부담이 동시에 확대될 경우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사회가 중재에 나서지 못할 경우 국지전은 언제든 지역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