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기요금 발전통합은 물론, 에너지전환도 제대로 된 원칙 속에 가능”

2026-02-20 13:00:02 게재

빨라지는 탈석탄시대 … 발전공기업 역할 재정립 필요

전력시장 참여주체 다양화 … ‘역할과 질서’ 명확해야

“한국전력과 발전 부문을 다시 묶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5사를 중심으로 한 공공 발전 부문 역량을 통합하자는 소리입니다. 과거 분할된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을 수직적으로 결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논의죠.”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만난 최철호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강조했다. 시류에 휩쓸려 제대로 된 원칙도 없이 변화가 일어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전력연맹은 2023년 4월 출범한 전력산업 분야 산별 연합단체다. 전국전력노조와 한전KPS·한전KDN·한국전력거래소 노조 등이 함께 한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은 13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에너지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의종

“과거 제대로 된 원칙도 없이 조직이 분할되다 보니 경쟁 효과나 효율성 강화는 이뤄질 수 없었죠. 전력은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제일 중요합니다. 탈석탄 이후 시대에도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와 신사업을 중심으로 공공의 책임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정부에서 공기업 구조조정, 시장경쟁 촉진 일환으로 한전에서 발전5사가 분리됐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 일각에서 재통합론이 나왔지만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최 위원장은 이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이재명정부는 2040년까지 화력발전소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2025년 12월 3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1호기가 30년 6개월 만에 가동을 종료하는 등 석탄발전소 퇴장이 본격화함에 따라 새로운 산업으로 전환에 따른 노동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상반기 중 석탄발전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이행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지역·노동자 지원을 위한 석탄발전 폐지 특별법안 발의도 연내 추진한다.

“정부가 탈석탄 이행안을 수립한다면 동시에 발전 공기업 역할도 재정의해야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자에게 다른 일자리를 찾아주는 문제로 국한하면 안 됩니다. 기존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려서 유사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설계해야죠. 이를 위해 발전 공기업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가가 해상풍력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해 공공 투자를 과감히 확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신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고 일자리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죠.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의로운 전환 아닐까요.”

최 위원장은 전력시장의 체질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기요금 정상화와 독립적인 전기요금 결정체계 확보가 이재명정부에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한전은 전기요금을 변경하려면 기후부 산하 행정위원회인 ‘전기위원회’(전기위)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전기위가 요금 인상안을 의결한다고 해서 한전이 요금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최종 결정은 기후부 장관이 재정경제부와 협의해서 해야 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원가 상승에도 전기요금이 제때 인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재경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기요금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에서는 전력산업 재무 건전성은 물론 장기 투자도 어렵습니다. 전기요금 결정은 정치가 아니라 제도와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한전 적자를 줄이기 위한 문제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해상풍력 투자, 전력망 보강 등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인공지능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전력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불가피합니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체계 확립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하면서 전력시장 참여 주체가 다양화함에 따른 시장 원칙도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전력시장은 김대중정부 시절 구조 개편 이래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온 게 사실이다. 당시 발전과 전력 판매, 송배전을 구분하고 발전사를 민영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한 해외 여러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한전 자회사를 만든 단계에서 사실상 멈췄다.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세계 전력시장은 급속하게 변화했고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전력시장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전력시장 참여 주체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시대적 흐름으로 전력연맹 역시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기는 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기반이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시장 논리만으로 전력시장을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예요. 그렇다고 공공이 모든 부분을 책임질 수도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역할과 질서’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최 위원장은 “공공이 담당해야 하는 발전 용량과 계통 안정을 위해서 공급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 위에 민간이 참여하고 지역단위 협동조합과 주민 참여 모델이 확대되는 구조가 확립돼야 산업 경쟁력과 공공성이 함께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와 노동자들의 연대는 비슷한 면이 많아요. 전기는 각자 자기가 잘나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전기는 불이 들어와야만 의미가 있잖아요. 발전·계통·판매 등 각각의 영역이 힘을 모아야만 빛을 낼 수 있어요. 노동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각의 서로 다른 영역의 노동자들이 연결돼 한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힘이 생깁니다. 이 연대의 힘이 지속가능한 전력산업 미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전력연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겠습니다.”

한남진·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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