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이란 공격 나선 미국, 수렁에 빠질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이 4~5주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승리로 끝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쟁은 대개 선언한 일정표대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군사작전의 성패만으로 재단하기 어렵다.
체제 정통성과 지도부 공백, 동맹 정치, 에너지·해상 교통로 리스크가 한데 얽혀 있다. 단기 종결도, 장기전도 단정은 이르다. 다만 미국이 던진 첫 돌의 파장이 어디까지 커질지, 그 파장이 미국의 선택지를 얼마나 좁힐지에 시선이 모인다.
힘과 신정의 충돌, 협상 공간을 좁히다
사태의 맹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국방부에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는 명칭을 병기하려는 트럼프의 조치였다. 법적 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방을 ‘억지’가 아니라 ‘전쟁 수행’의 언어로 전면화한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전쟁 언어가 일상화되면 협상은 ‘숨 고르기’로 격하될 위험이 커진다.
제네바 접촉 과정도 불신의 토양 위에 있었다. 미국 측 특사 라인에 유대인인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등장한 점은 테헤란 강경파가 미국을 ‘이스라엘과 한 몸’으로 규정해 온 프레임 속에서 상징성을 띤다.
문제는 정체성 자체가 아니라, 그 정체성이 상대진영에서 ‘숨은 의도’의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조건에서 상호신뢰는 더 약해지고 협상은 거래가 아니라 함정으로 의심받기 쉽다.
더 근본적으로는 가치·체제의 충돌이 있다. 트럼프식 ‘힘을 통한 평화’는 압박과 굴복을 전제로 한다. 반면 이란의 신정체제는 종교적 권위와 저항 서사로 정통성을 세워왔다. 양쪽 모두 물러서면 내부 기반이 흔들린다는 계산을 한다. 전쟁은 체제의 언어와 명분이 맞부딪히는 정치전이 된다.
전장의 무게중심이 ‘하메네이 이후’로 옮겨간 점도 복잡성을 키운다. 지도부 제거는 전쟁을 끝내기보다 통치·보복·승계라는 다음 국면을 열 수 있다. 이란 헌정상 최고지도자는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선출한다.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1~2일 안에 새 최고 지도자가 선출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속도전이 곧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임시 지도체제는 공백기 운영장치이고, 후계는 비밀투표라는 별도의 정치적 결단이다. 다만 공백기 운영을 맡은 인물은 ‘정통성의 얼굴’로 부상할 수 있다.
후계 구도는 두 갈래로 거론된다. 하나는 종교적 정통성을 갖춘 고위 성직자 라인이다. 알리레자 아라피 같은 인물이 그 축에서 거론된다. 다른 하나는 성직자가 아니어도 권력기관을 조율하는 ‘실무형 브로커’다. 알리 라리자니는 성직자가 아니지만 안보·외교·협상 실무가 집중되는 자리를 바탕으로 성직자·군·관료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조정자로 주목받는다. 라리자니는 ‘후계자’라기보다 후계 과정의 방향과 속도를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의 교통정리’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
수렁의 조건, 그리고 한반도에 주는 함의
이제 트럼프의 국내 정치로 돌아가 보자.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전쟁은 짧게 끝나면 결단의 서사가 되지만 길어지면 경제와 여론의 부담이 된다. 대이란 공습 직후 여론조사에서 찬성 27%, 반대 43%, 모르겠다 29%라는 수치가 나온 것만 봐도 정치적 비용은 가볍지 않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물류·금리 기대가 흔들리고, 충격은 체감물가와 시장 변동성으로 번진다. 트럼프가 “빨리 닫아야” 한다면 이란의 새 지도부는 “버티며 결속”할 유인을 가진다. 이 비대칭이 커질수록 미국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트럼프는 과감하게 이란을 때렸고 4~5주를 말한다. 그러나 승계 공백, 역내 보복의 지속 가능성, 동맹 부담, 미국 내 여론과 경제 제약이 동시에 작동한다면 ‘승리의 시간표’는 흔들릴 수 있다. 전쟁은 시작보다 끝내기가 더 어렵고, 끝내는 능력이 흔들릴 때 ‘승리의 언어’는 ‘수렁의 현실’로 바뀌곤 한다.
마지막으로 한반도다. 이번 충돌은 미국이 북한에 더 강경한 억지를 과시할 유인을 키우는 동시에 중동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전선에서는 거래 가능한 협상을 모색할 가능성도 열어 둔다. 어느 쪽이든 북한은 이를 억지 강화 명분으로 활용하려 할 수 있다. 한국은 군사적 파장뿐 아니라 에너지·금융 충격까지 포함해, 복합위기 관리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읽어야 한다.
김상범 국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