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골프채’ 받은 판사 무죄 확정

2025-01-08 13:00:04 게재

1·2·3심 “알선 대가 인식 증명 안돼”

징계위, 감봉 3개월·징계부가금 처분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업가로부터 ‘짝퉁’ 골프채 등을 받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서 사건을 검색해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 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 부장판사에게 짝퉁 골프채를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된 마트 유통업자 B씨 등 2명에게도 무죄가 확정됐다.

A씨는 1997년부터 판사로 재직하면서 고향 친구를 통해 2010년 B씨를 소개 받았다. 이후 A씨는 B씨와 그의 지인들의 법적 분쟁이 있는 사건에 본인과 같은 학교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주며 사건 수임을 알선해주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했다.

다수의 민·형사사건 전력이 있는 B씨는 A씨에게 본인이 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한 감사 표시 및 그 외 다른 사건 등에 대해서도 유리한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며 ‘짝퉁’ 골프채 등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교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B씨는 법관 징계절차에서 지인인 C씨와 함께 A씨에 대한 허위진술을 하고, 허위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가벼운 징계가 이뤄지도록 한 혐의도 있다. A씨는 B씨로부터 2019년 2월 52만원 상당의 짝퉁 골프채 세트와 26만원짜리 과일 상자 등 총 78만원 상당의 금품을 교부받고, 코트넷 사건 검색 시스템 및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서 B씨의 사건을 여러 차례 검색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애초 A씨가 받은 골프채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정 결과 ‘가짜’ 판정을 받았다.

1심은 A씨 등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민·형사사건에 관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씨가 알선 명목으로 골프채 등을 교부했다거나, A씨가 알선 대가라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수수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로서는 A씨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골프채 등을 교부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역시 그러한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수수한 것으로 보일 뿐, 알선과 관련해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가 B씨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해온 점과 그가 B씨 사건 담당 재판부나 직원에게 연락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사건 검색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량에도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2심에서 검찰은 이와 관련해 형사절차전자화법 위반을 혐의에 추가했으나 재판부는 “형사사법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권한 없이 다른 기관 또는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형사사법 정보를 열람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2심은 2015년 이뤄진 사건 조회·검색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면소 판결을 내리고 검찰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2021년 6월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A 부장판사에게 감봉 3개월과 징계부가금 100여만원 처분을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