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난동 부추긴 여권…뒤늦게 “폭력 안 돼”
윤 대통령·용산·여당, 공권력·사법부에 ‘불복’
‘아스팔트 보수’ 독전한 꼴 … 여당 “폭력 반대”
20일 비대위 “민주·일부 언론, 국정 혼란 조장”
1.19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폭력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그들이 12.3 계엄 이후 줄곧 공권력을 막아서고 사법부를 비판하는 언행을 통해 사실상 난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공권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가수사본부·검찰)의 소환 요구에 거듭 불응했다. 본인 입으로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공권력의 수사를 거부했다. 심지어 사법부가 발부한 체포영장도 무시했다. 경호처를 앞세워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 한남동 관저 앞에 집결한 ‘아스팔트 보수’에게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독전’으로 해석될 메시지를 보냈다.
대통령실은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사법부를 향한 ‘아스팔트 보수’의 분노를 은근히 부추겼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두 차례나 한남동 관저로 몰려가 공권력·사법부의 법 집행을 막아섰다. 지난 6일과 15일 수십 명의 여당 의원들은 관저 앞에 서서 법 집행을 저지했다. ‘아스팔트 보수’에게 “부당한 공권력은 막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김민전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겠다는 청년들로 구성된 ‘백골단’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겨냥해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공권력과 사법부를 겨냥한 ‘불신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아스팔트 보수’의 저항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19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여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폭력은 안 된다”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폭력은 안 된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물리적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모든 폭력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는 폭력 사태를 우려하면서 야당과 일부 언론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도 엿보였다. 권 비대위원장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면서도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은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부터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대하는 목소리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이자 국정 혼란을 조장하고 갈등을 키워 이를 정치적인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