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신용등급 강등됐나
피치 “의사당 점거사태에
국가 거버넌스 나빠졌다”
지난 19일 극렬 보수세력의 서부지방법원 난입사태. 당시 외신들은 한국의 언론기관만큼 주목하며 크게 보도했다. 민주화된 국가에서 헌법기관을 습격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뒤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 목소리도 더 커졌다. 신평사들은 “한국의 정치불안이 커지면 국가신용평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평사들은 국가신용등급에 변화를 줄때 국가부채 등 재정건전성과 함께 재정정책을 주요하게 살핀다. 통상 재정정책은 정치권이 결정한다. 그래서 정치가 극단적으로 양극화하고,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 신평사들은 신용등급에 변화를 주게 된다.
최근의 사례가 미국과 프랑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23년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무디스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깎았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 모두 18~30개월 대규모 소요가 발생했다. 또 신용평가사들은 2022~2023년 영국의 신용등급은 유지하되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때도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극단적 정치불안이 소요사태로 발현되고, 신평사들이 이를 기점으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피치는 2023년 8월1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내렸다.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이 향후 3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거버넌스(governance)가 나빠졌다”고 썼다. 이어 리처드 프랜시스 등급 책정 공동 책임자는 인터뷰를 통해 “2021년 1월6일 의사당 점거라는 소요 사태를 등급 강등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의 경제계 인사는 강력 반발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미군이 만들어준 안정성에 의지하는 나라들의 신용등급이 우리보다 높다”며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21년 터진 1·6 의사당 점거 및 폭동 사건을 비교적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검찰은 1·6 폭동으로 1580명을 기소했고, 이중 1000명 이상이 유죄를 인정했으며, 22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소요사태를 부추겼던 도널드 트럼프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자신이 당선되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 폭도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소요를 부추긴 인물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당시)유력 대통령 후보가 된 미국의 거버넌스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