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즉각 시작

2025-02-13 13:00:01 게재

트럼프, 푸틴·젤렌스키와 통화 … "푸틴과 사우디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휴전을 막후 조정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우크라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처음으로 확인된 푸틴과의 공식 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중동, 에너지, 인공지능, 달러의 위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길고 매우 생산적인” 통화를 통해 특히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에 중점을 두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푸틴과 나는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는 것을 막고 싶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를 위해 두 나라 협상팀이 즉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전화 통화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대화에서 평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트럼프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트럼프의 희망적인 메시지에 비해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은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푸틴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를 통해 “분쟁의 근본적 원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상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서방의 태도에 따라 협상의 진전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영유권을 공식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전면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014년 이전 국경 완전 복원은 어렵지만 일부 지역은 반환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양측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한 실용적 접근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이 문제가 향후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NATO의 확장 문제와 관련된 우크라이나의 입장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는 2019년 이후 약 5년 만에 이루어진 고위급 대화로 그간 미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냉각 상태를 해소할 중요한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번 통화에 앞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은 이미 일부 진전을 보였다. 최근 두 나라가 수감자 맞교환을 통해 관계 개선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 단적인 예다. 여기에 정상간 통화까지 이어지면서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는 협상팀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협상은 향후 몇 주 내로 본격화될 전망이다.미국 측 협상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CIA 국장,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주도할 예정이며, 러시아 측도 실무급 협상 체계를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 협정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양국 간의 상호 협력을 재개할 것”이라며 협상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국의 외교 정책 고위 관계자들도 트럼프 주도로 이루어질 협상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정상은 평화를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직접 만날 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회동 장소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취임 선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푸틴 대통령을 주로 전화로 대응할 것이지만 우리는 결국 만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그가 이곳(미국)에 오고 내가 그곳(러시아)에 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동 이후에 상호 방문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과의 사우디 회동이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