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반환 미국에 이익 없다”
미국해양전략센터 사설 … 미국선박 통과 0.2%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파나마운하를 되찾겠다고 밝혔지만 운하를 되찾겠다는 발상이 미국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게 없다는 주장이 미국 안에서 나왔다.
미국 해운조선전문미디어 지캡틴은 24일(현지시각) ‘파나나운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구인가 - 트럼트 주장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기사에서 미국 해양전략전문가 존 맥코운의 주장을 소개했다. 존 맥코운은 18일 미국의 비영리 해양연기기관 ‘해양전략센터’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운하를 되찾아야 한다며 제시한 근거를 분석한 결과 반환에 따른 실질적 이익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지캡틴과 맥코운은 미국이 파나마운하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미국국적 함대를 강화하고 포괄적인 국가항만전략을 개발하는 등 자국의 해양역량을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트럼프는 파나마운하를 되찾아야 한다며 △운하를 통과하는 미국 선박들이 비싼 요금을 내는 등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는 미 해군의 함정도 마찬가지이고 △중국이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맥코운 분석 결과는 다르다.
그는 우선 트럼프가 언급한 미국의 선박을 △미 해군 함정 △미국국적 화물선 △미국 관련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분류해 각각 분석했다.
해군 함정의 경우,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나마운하를 적극 사용했지만 80년이 지난 지금은 크게 변했다. 미 해군에서 항공모함 역할을 더 커졌고, 현재 11개 항모전단을 운용하고 있지만 2차세계대전 이후 건조된 모든 미국 항공모함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없는 크기다. 항모 5개 전단은 대서양에, 6개 전단은 태평양에 포진해 있고 파나마운하를 통해 이동할 필요성도 과거보다 현저히 줄었다.
항공모함 아닌 해군 함정도 파나마운하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미 해군이 보유한 297척 전투함 중 최근 8년간 운하를 통과한 사례는 단 5건이다. 이마저도 신규 함정이 미시시피주 조선소에서 건조된 후 배치될 모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것이다.
결론은 미 해군의국가안보전략에서 파나마운하는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상업선단도 비슷하다. 현재 미국 상선대는 전 세계 화물선 총톤수의 0.57%인 178척에 불과하다. 이 중 3분의 1만 국제항로를 운항하고 대부분은 미국 국내 운항에 사용한다.
2023년 기준 파나마운하를 통과한 1만4080척 중 미국국적 화물선은 27척으로 0.2% 수준이다. 이는 1980년대 주 6회이상 정기적으로 운하를 통과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현재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화물의 75%는 미국과 직접 연관있지만 미국 관련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도 차별을 받지 않는다.
1999년 운하 운영권이 미국에서 파나마로 넘어간 이후 2023년까지 운하 평균 통행료는 연 7.3% 상승했다. 이는 1982~1999년 사이 미국이 운하를 운영하던 때 평균 상승률 3.8%보다 높지만 운하확장공사에 따른 비용증가와 세계적인 선박 대형화 흐름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파나마가 1977년 체결한 운하중립조약에 따라 통행료 산정방식은 모든 선박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되고,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은 없다. 오히려 운하를 확장해 컨테이너선이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와 걸프만 연안 항구로 3배 더 많은 물동량을 운송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이 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이 운하를 통제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파나마운하에 있는 5개의 컨테이너터미널은 운하 운영과 직접 관련 없고 환적항만들이다. 이 중 2개 터미널이 홍콩에 본사를 둔 CK허치슨그룹이 운영하지만 이는 중국정부기업이 아니다. 결국 현재의 통행료 구조와 운항운영방식이 미국 경제에 불리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고, 운하를 되찾겠다는 발상은 실질적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미 의회 상원 상무위원회 청문회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텍사스)이 중국 국영기업들이 건설하고 있는 파나마의 제4교 프로젝트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중국의 인프라 통제가 CK 허치슨 사업과 결합돼 중국이 운하 접근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맥코운은 “그런 움직임은 무역을 위해 파나마운하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