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그린샤에서 느낀 일본의 소득격차
도카이도 본선, 요코스카선, 조반선에 이어 2025년 3월 15일부터 추오선 쾌속 및 오메선에서도 ‘그린샤(Green Car)’ 운행이 시작됐다. 그린샤는 우리나라 KTX 특실에 해당하는 좌석 등급으로 예를 들어 인천에서 의정부까지 운행하는 1호선 전철에 특실 좌석이 설치되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린샤를 이용하려면 기본 운임 외에 ‘그린권(특실 이용권)’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그린권의 요금은 종이 승차권을 이용할 경우 50km까지 1010엔(Suica(교통카드) 이용 시 750엔), 100km까지 1260엔(Suica 이용 시 1000엔)이다. 그린샤를 매일 출퇴근에 이용할 경우 Suica 기준으로도 왕복 약 1500엔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2024년 기준 일본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이 424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편안하다고 해도 매일 그 정도의 금액을 전철비로 지출할 수 있는 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 사회 전반에 스며든 '격차' 재래선 공간에서 생생하게 느껴
실제로 필자는 시범 운행 기간이 끝나고 그린샤의 정식 운영이 시작된 3월 15일 중앙선 쾌속 열차를 이용하면서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그린샤로 지정된 4호차와 5호차는 빈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한산했지만 바로 옆 일반 차량은 승객들로 가득 차 붐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 전반에 스며든 격차의 현실을 재래선이라는 일상적이고도 친숙한 공간 안에서 생생히 실감하는 순간이었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침울해졌다. 물론 그린샤의 도입 자체를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쾌적한 좌석에서 이동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다면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편안함의 이면에는 분명히 ‘격차’라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일본의 소득격차 확대는 지니계수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득 재분배 이전 기준 지니계수는 2018년 0.5594에서 2021년 0.5700으로 상승했고, 소득 재분배 이후 기준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3721에서 0.3813으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일본 국내의 소득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위소득의 50% 미만에 해당하는 가구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2021년 기준 15.7%로 G7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6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도 20%에 달해 노년층의 삶의 질 역시 우려되는 수준이다.
게이오기주쿠대학의 야마모토 이사오 교수와 이시이 가요코 특임 부교수는 최근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팬데믹 초기에 실시된 정부의 경제 지원책은 특히 저소득층의 소득 하락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었으며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 격차는 크게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반적인 웰빙은 악화되었다. 소득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층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웰빙이 향상된 반면 저소득층은 재택근무가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어 이들의 웰빙은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 어떤 경제·고용·사회보장 정책 통해 격차 해소할지 자켜봐야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소득 격차는 일시적으로 확대되지 않았지만 보조금이 종료된 이후에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이 장기화되면서 실질 임금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민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린샤의 편안함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확대될 수 있도록 향후 일본정부가 어떠한 경제·고용·사회보장 정책을 통해 격차 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할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