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해수부가 ‘해양경제부’ 돼야 북극항로·해양수도권 가능”

2026-02-13 13:00:01 게재

흩어진 해양산업 기능 해수부로 통합해 정책집행 효과 높여야

부울경 제조업 첨단화 추진 … 부산항은 경쟁보다 플랫폼 지향

해양수산부와 부산상공회의소가 북극항로와 해양수도권건설을 위해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추고 있다. 부산상의는 이달초 출범한 ‘해양수도권육성 정책협의체’에 참여한데 이어 9일엔 양재생 회장을 포함한 회장단이 부산에 자리잡은 해수부를 공식 방문해 김성범 해수부 장관직무대행 차관 및 주요 간부들과 간담회를 갖고 소통채널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 회장은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해수부가 해양경제부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북극항로와 해양수도권을 개척하고 건설하겠다며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고 새로운 변화를 추진 중이다. 부산상의 등 지역 상공계와 시민사회가 기대하는 해수부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은 북극항로 탄소규제 해양안보 해양데이터 등 해양 패러다임이 통째로 바뀌는 시기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해양수도권은 대한민국의 재설계 전략이다. 해수부는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해양의 중심지에 상주하면서 산업·기술·인재를 하나로 묶어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현재 항만·해운·수산을 넘어 해양경제 전반을 종합 기획·조정하는 ‘해양경제부’로 진화해야 한다. 조선(산업통상부)·물류(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에 분산된 해양산업 기능을 해수부로 통합·이전해 정책 집행력을 높여야 부산과 부울경이 진정한 해양수도, 해양수도권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북극항로를 뒷받침할 정보·연구개발·인력양성 체계도 해수부를 중심으로 쌓아올려야 한다. 해수부가 부산항과 산업현장에 바로 붙게 된 만큼 현장에서 나온 문제를 바로 제도와 예산으로 바꾸고, 그 결과를 다시 현장에서 검증하는 체계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부산상공회의소 제공

●부산상의는 부울경 통합과 초광역경제권을 건설하기 위해 해수부와 어떤 협력을 구상하고 있나.

부울경 통합과 초광역경제권은 목표가 아니라 실행장치다. 해양수도권 건설의 중심역할을 해야 하는 해수부는 단순히 행정구역을 합치는 단계를 넘어 ‘경제 중심’의 실질적인 초광역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부산의 세계적인 항만인프라와 울산의 조선업, 그리고 경남의 탄탄한 제조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가덕신공항과 부산신항을 하나의 물류시스템으로 잇는 복합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부울경 전체의 산업생태계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부산이 초광역경제권의 중추기능을 맡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가는 앵커기업과 지원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상의는 HMM 본사 이전과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부산상의가 해수부의 중요한 정책협의 대상이 된 만큼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모아 전달하고, 정부가 결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부산항이 북극항로 거점항구, 해양수도권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산항이 환적항에서 극지 복합기능을 갖춘 허브항(중심축)으로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 기상·해빙·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북극항로를 운항하려면 항로정보·예측·위험관리 역량을 갖춘 지원체계가 필수다. 운항정보센터, 실증 프로젝트, 국제협력 네트워크 같은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또 해양수도권을 이끄는 허브항만으로 도약하기 위해 운영 자체가 더 빠르고 더 똑똑해져야 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예측, 자동화 하역, 디지털 통관, 원산지 정보의 전자적 연동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야 한다. 부산항은 다른 항만과 물동량으로 겨루기보다 데이터와 표준을 공유하는 동북아 디지털 협력의 플랫폼 항만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 하나는 철도·도로·내륙컨테이너 물류기지, 냉장·특수창고, 부품·MRO(정비) 같은 지원기능까지 포함해 ‘거점항만+배후산업’의 완성형 구조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사회는 부산항의 미래를 ‘해상·항공(씨 앤 에어) 복합물류’와 육·해·공 트라이포트로 지향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화물도 바뀌어야 하고,화물을 생산하는 산업단지도 바꿔야 한다.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씨 앤 에어 복합물류와 트라이포트 비전은 항만 공항 철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배후산업단지는 중후장대 제조업만이 아니라 반도체·2차전지·바이오·정밀부품·항공우주, 그리고 콜드체인·전자상거래 같은 고부가가치 시간민감형 산업도 함께 담아야 한다. 이 전환의 관문이 가덕신공항과 부산신항의 결합이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이 동북아 복합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북극항로경제권은 남부권 전체를 포함하고 있는 만큼 남부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가치 화물을 창출할 수 있는 첨단 산업단지를 부울경 전역에 배치해 육·해·공 트라이포트 체계에 최적화된 산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배후 산업단지도 단순 창고가 아닌 가공 조립 데이터분석이 결합된 스마트물류거점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규제특례와 인센티브로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을 함께 유치해 공급망의 기초를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부산상의는 지역의 많은 대학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맞춤형 인재 육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대한민국 생존전략으로 제기되고, 채택됐다.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성공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부산상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극항로지원특별법이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지역 경제계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북극항로 관련 여러 부처들이 함께 모여 해수부에 설치한 북극항로추진본부와 협업을 통해 북극항로육성 전략수립에도 지역상공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북극항로는 해운만이 아니라 보험·금융·계약·분쟁해결 등의 기반도 갖춰야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해사법원과 동남투자공사 설립, 해운거래소 설립 등을 통해 극지 비즈니스만큼은 부산이 핵심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힘을 더할 계획이다.

●부산지역 상공계가 대한민국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변화하면서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런가.

과거 부산은 대한민국 수출의 전초기지이자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의 심화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수도권으로 기울면서 부산경제의 비중도 줄었다. 제조·물류의 현장은 부산에 남아 있는데 본사·금융·연구개발·규제결정 같은 ‘결정의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이 생산하는 부가가치마저 수도권으로 흡수되고 있다.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첨단제조업이 산업의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부산을 포함 부울경 산업구조는 여전히 조선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중후장대형의 기존 제조업 비중이 큰 것도 경쟁력이 약화된 원인이다. 청년 인재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인재난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들의 성장 속도도 둔화됐다.

지역경제계는 ‘동남권 사업재편 현장지원센터’를 통해 기존 제조업의 사업다각화와 첨단 산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도권 정책에 발맞춰 해수부 기능강화, HMM 등 해운대기업의 본사 이전 등과 결합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게 집중할 것이다. 부산시와 함께 ‘원스톱기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다양한 규제를 개선하고 지역기업의 인재난 해소에도 집중하고 있다.

●역대 부산상의 회장을 통틀어 물류기업 경영자는 최초다. 부산에서 물류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데 장점과 어려움은 무엇인가.

부산항은 세계적인 항구다. 물류 현장에 있으니 화주가 요구하는 것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부산항의 브랜드파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 기업 본사가 많고 화주들이 많으니까 영업에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HMM과 해운대기업들이 부산으로 옮기고 연관된 협력회사들과 금융 국가기관 등도 함께 이전해 집적효과를 내면 해운기업을 중심으로 한 조선 항만·물류 금융 법률 보험 인재육성 등의 산업생태계가 생길 수 있다. 물동량과 사람은 함께 움직인다. 일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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