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원의 일본 톺아보기

한국의 지역, 일본의 지역

2026-02-19 13:00:03 게재

설 연휴에 외국 다녀온 사람도 적지 않을 터이다. 최근 한국 사람에게 인기가 많은 데는 일본인데 지역적으로는 1위 오사카(33%), 2위 후쿠오카(27%), 3위 도쿄(21%) 순이다. 한편 일본 사람에게 인기 있는 지역은 1위 서울(82%), 2위 부산(12%)으로 서울에 매우 편중되어 있다(2024년 기준, 중복응답).

여행지는 개인의 선택이니 이를 놓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거시적으로는 검토 과제가 된다. 도쿄가 한 해 유치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약 2000만명으로 오사카의 약 1500만명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은 약1300만명과 약 300만명으로 그 차이는 4배가 넘는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공통된 현상

이처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수도권 집중은 사실 한일 간에 공통된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 국토의 12%(서울, 인천, 경기도)에 인구의 51%가 모여 산다. 일본은 국토의 4%(도쿄와 인근 3현)에 인구의 30%가 집중해 있다. 수도권에 인구의 반이 사는 한국을 두고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현상이라 하지만 면적을 감안하면 일본의 집중도가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수도권에 사람과 재화가 모이는 것 자체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된다. 집적의 이익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집적의 불이익이 현저해져 이것이 도시의 비대화를 제한한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 예외에 해당한다. 유럽과 달리 집권적인 전통이 강하고 특히 전후에 중앙정부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 서울과 도쿄의 집중화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양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지방을 방치한 것은 아니다. 국토의 종합적 개발이라는 컨셉 아래 교통망을 정비하는 한편으로 지방에 산업단지를 건설하는 노력을 공통적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로 대표되는 교통망 확충은 수도권 접근성을 높여 거꾸로 지방으로부터의 유출을 촉진했고(이른바 빨대효과), 산업단지의 조성도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지방의 산업생태계를 고도화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양국의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었다.

공통된 현상 속에 보이는 한일간의 차이

흥미로운 것은 양국 간에 차이가 꽤 보인다는 점이다. 그 하나는 서울과 도쿄의 경제적 기능의 차이다. 서울은 인구의 18%가 모여 전국 GDP의 22%를 생산한다. 반면 도쿄는 인구의 12%가 모여 전국 GDP의 20%를 생산한다. 그 결과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달라진다. 서울이 전국 평균의 124%임에 비해 도쿄는 전국 평균의 175%이다. 서울이 더 과밀화된 반면 도쿄가 더 고도한 경제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수도와 제2의 도시 및 제3의 도시와의 격차다. 한국의 1인당 GRDP를 보면 서울이 124, 부산이 75, 대구가 63이다(전국 평균=100). 반면 일본은 도쿄가 175, 오사카가 94, 나고야가 111이다(전국 평균=100). 도쿄가 돌출된 것은 이미 보았지만 오사카도 전국 평균에 비해 그다지 처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산과 대구는 전국 평균보다 매우 낮아 완전히 침체된 모습을 노정시키고 있다.

경제력 뿐만이 아니다. 문화력 또한 그렇다. 예를 들어 한국에도 시도를 대표하는 국립대학은 있다. 하지만 다수의 사립대학을 포함한 ‘인서울대학’이 ‘서울대학’으로 칭해질 정도로 지방대학의 위상은 떨어져 있다. 반면 일본은 지방의 국립대학이 건재하다. 비근한 예로 상당수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도쿄대학이 아닌 교토대학이나 나고야대학 출신/소속이다. 이런 차이가 앞서 언급한 관광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하겠다.

이처럼 차이가 있긴 하나 한일 모두 수도권 집중이 과도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수도권 집중은 지방의 쇠퇴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쟁의 여파로 출생률 저하와 인구 감소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 한편 수도권 집중은 지방자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지방의 분권적 발전을 모색한 것 또한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이런 노력은 일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는 노무현정부 때부터 본격화되었다.

그 노력의 하나는 정부기관의 지방 이전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세종시 출범으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한정적이었다. 이전 자체가 생태계를 일궈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지역에 권한을 주어 산업과 고용을 창출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생태계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기획, 조정 등 이른바 본사 기능이 필요한데 한국 대기업의 80%, 일본 대기업의 60%는 본사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면 그 대안은 지방의 중소기업 육성과 창업 촉진이지만 전자는 뿌리깊은 하청구조 때문에 독자적인 발전이 힘들고 후자는 인재가 지방에 있으려 하지 않아 역시 한계에 부딪쳤다. 이렇게 한세대 가까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의 수도권 집중은 근래 들어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특효약이 없는 가운데 일본의 경우는 애써 특별한 시도는 하지 않으려는 듯이 보인다. 기존의 ‘지방창생정책’을 계승해 산업·고용과 관련해서는 “지역경관 및 교통망의 정비, 지역의 농림수산업 및 산업의 활성화, 관광 진흥, 창업촉진에 의한 고용창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의료·복지 등에서 지역이 보유한 메리트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보다 대담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5극3특’이 그것으로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이란 5개의 초광역 메가시티를 육성하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종래의 정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런 시도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제는 산적해 있다. 첫째는 메가시티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자신의 이니시어티브에 의거해 지역의 역량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틀을 설계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행정의 하청에 머물지 않고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는 위의 시도가 성공해 메가시티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지금의 일본 모습 즉 도쿄 외에도 오사카나 나고야, 후쿠오카와 같은 지역권이 나름대로 기능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일본 조차 지금 지역소멸과 인구감소의 격랑에 휩쓸려 있지 않은가. 즉 수도권에 대항해 메가시티를 육성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효약은 없다. 발상의 전환 필요

따라서 발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은 거칠게 표현하자면 물질적 이득에 과도하게 이끌린 탓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삶의 질과 장래 세대까지 포기하는 쓰라린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과 삶의 가치 사이에 균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가족과 인간관계를 일구는 것의 가치가 경제적 이익 못지 않게 소중하다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방에 사는 가치를 재평가하고 지방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정신론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 자체의 ‘지역다움’을 일구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자신의 컨센서스에 의해 ‘지역다움’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개개인의 ‘토털 라이프’(소득 뿐만이 아니라 양육·노후와 삶의 질을 포함한 전체 생활)의 이미지를 구체화해 내며 이 위에 산업·고용과 문화·복지를 유연하고 끈기있게 창출해내는 것이 요망된다.

호세이대학 대학원 교수

공공정책연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