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주택정비사업 멈춰세운 다주택자 이주비

2026-02-19 13:00:02 게재

서울 주택공급의 70%를 차지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주택정비사업)이 멈춰서고 있다. 공사비 증가에 따른 갈등도 있지만 최근에는 다주택자 이주비 문제가 정비사업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까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철거 이후 입주까지 약 3년 간 다른 주택에서 거주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2주택 이상은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서울 주요 주택정비구역 조합 자료를 보면 조합원 중 다주택자 비율은 평균 30~40%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모아타운(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에서는 조합원 811명 중 296명(36%)이 다주택자였다.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율은 50%대에서 멈춰섰다. 이 때문에 철거 일정이 1년 이상 지연됐다.

관리처분 인가가 나더라도 이주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연히 철거와 착공은 시작되지 않는다. 주택공급량은 착공물량으로 계산된다. 다주택자 이주 지연이 공급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서울은 연간 4만~5만가구 입주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3년 평균 입주물량은 3만여가구 수준이다. 이들 중 상당부분이 주택정비사업 지연에서 발생했다. 입주가 늦어지면 전세시장도 불안해진다.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전세대란 가능성도 있다.

다주택자 비율이 20% 이하인 구역은 관리처분 인가 후 평균 6~8개월 내 이주가 완료된다. 하지만 30% 이상이면 1년 이상 이주가 지연된다. 이는 서울에 공급해야 할 주택이 부족해지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주택정비사업은 사업성보다 조합원의 구성 비율에 따른 영향이 크다. 특히 다주택자 대출같은 문제로 이주가 늦어지면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주택정비사업이 1년 지연될 경우 공사비는 평균 7~10% 상승한다. 총사업비가 1조원이라면 700억~1000억원 증가한다는 얘기다. 공사비 상승분은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으로 반영된다. 결국 남은 실수요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이다.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 이주비 대출규제를 놓고 갑론을박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비사업이 멈춘 것은 다주택자의 이주비 자금마련이 지연됐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규제가 정비사업을 멈춘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주비를 감당할 자금없이 레버리지로 보유를 유지하는 구조가 정비사업을 지연시킨 원인인 셈이다. 다주택자의 투자 자체가 아니라 상환 능력이 문제라는 의미다.

이주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다주택 유지가 가능하다. 이주비가 부족하면 매도해야 한다. 2주택자의 경우 1채를 매도하면 이주비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주가 지연되면 부담은 남은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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