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거부 의대생에 유급 조치 시작

2025-04-15 13:00:27 게재

고려·연세대 시작으로 내주 대부분 통보할 듯 … 내년 정원 결정 불투명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고려대와 연세대가 본과생들을 대상으로 유급 조치에 나섰다. 이들 대학을 시작으로 대규모 의대생 유급 통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대생들이 연일 수업을 거부하면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15일 각 대학에 따르면 고려대를 비롯해 연세대, 아주대 등은 본과생들의 유급 여부를 이번주 중 결정한다.

고려대는 14일 개강 후 실습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본과 3학년 84명, 4학년 41명 등 총 125명을 대상으로 유급 통보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전체 교수 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기존 원칙대로 유급을 결정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학교는 다른 학생과 형평성도 있기 때문에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의대생을) 최대한 배려하고 보호하며 육성하는 원칙이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7일 수업 참여를 거부한 4학년 본과생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지서를 보냈다. 이어 본과 1~3학년에 대해 유급 예정 통지서를 발송하기로 했다.

통상 대학은 전체 수업 일수의 1/3 또는 1/4의 1을 이수하지 않으면 유급 처분을 내린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모두 수업 일수의 1/3 이상을 출석하지 않으면 유급 대상이 된다.

교육부와 대학은 학칙에 따른 원칙적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급이나 제적은 학교에서 밝힌 것처럼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이고, 교육부의 원칙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대생 사이에선 아직 복귀보다 수업 거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예과생들의 수업 거부 의지는 본과생보다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현재까지 본과생들이 유급 대상자이지만 예과생들로 확대되면 24·25·26학번 학생들이 수업을 함께 듣는 이른바 ‘트리플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각 대학은 24·25학번이 몰리는 ‘더블링’을 대비하고 있지만 여기에 한 학년이 더해지면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의료계는 물론 교육계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이 1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SK미래관 최종현 홀에서 열린 개교 120주년 및 취임 2주년 총장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의정갈등 관련 수업거부 의대생 유급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의대생들이 연일 수업을 거부하면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교육부는 ‘정상적으로 수업이 가능한 수준’을 기준으로 모집 인원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업 참여율이 저조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14일 전국 의대생의 복귀율(수업 참여율)과 관련해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더는 지켜보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모집인원을 언제 결정할지, 언제 발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최대한 조속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말까지 의대생 복귀율을 취합해 의대 교육이 정상화할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집인원 발표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가운데 현재로선 이르면 이번 주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 대변인은 ‘모집인원 발표를 늦추는 이유가 현재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앞서 정부가 제시한 복귀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냐’는 질문엔 “노코멘트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상당수 학생이 ‘필수의료패키지 철회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며 복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필수의료패키지 협의와, 곧 결정이 돼야하는 2026학년도 모집인원 문제는 따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협회 등 기성세대가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는 만큼 이제 학생은 수업에 복귀해 학업을 수행하면서 목소리 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특히 구 대변인은 의료계 일각에서 정부와 전공의·의대생의 만남을 제안한 데 대해서는 “그동안 몇차례 이주호 부총리와 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 만남을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만나서 현 상황을 서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같이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남이 성사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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