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품질 중심’으로 기업 외부감사 지정방식 개편
회계사수 등 규모 큰 회계법인에만 유리한 방식 개선 필요
회계법인 감사품질 경쟁 촉진, 당국 18일 TF 첫 회의 열어
자산 2조 이상 기업 지정감사, 중견회계법인에 허용 검토
금융당국이 상장회사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지정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현재는 회계법인의 소속 회계사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기업의 외부감사를 지정받을 수 있는 ‘규모 중심’의 방식이라면 앞으로는 품질관리 평가 등을 통해 ‘감사품질 중심’으로 지정방식이 바뀌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감사인 지정방식 개편 TF’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공인회계사회를 비롯해 대형회계법인(빅4)와 중견회계법인, 재계, 학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감사품질이 우수한 회계법인과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회계법인에게 ‘지정감사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해 회계법인간 감사품질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그동안 감사인 지정 방식과 관련한 현황을 설명했고, 회계업계 참석자들은 현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편 방안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제시했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사품질 개선을 위해 회사가 감사인을 자유선임하는 대신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가 금감원에 업무 위탁)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지정은 주기적 지정과 직권 지정으로 나뉜다. 주기적 지정은 연속하는 6개 사업연도의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상장법인과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법인(자산 5000억원 이상)에 대해 다음 3개 사업연도 감사인을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방식이다. 직권 지정은 증권선물위원회 감리결과에 의한 감사인 지정조치, 선임기한 내 감사인 미선임 등 투자자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경우(직권 지정사유)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감사인 지정방식은 지정감사인이 특정(주기적 지정의 2, 3년차 연속 지정)된 경우에는 자산순서와 상관없이 우선 지정하고, 그 외에는 감사인(회계법인)별 지정점수에 의해 감사인 지정순서를 정한 후 자산규모가 큰 지정대상회사를 순차적으로 대응해 지정하게 된다.
감사인 지정제와 관련해 회계법인은 가~라군으로 분류된다. 가군은 소속 회계사수가 500명 이상이면서, 품질관리업무 담당자 비중은 상장사 감사인 등록요건의 140% 이상, 손해배상능력 1000억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가군에는 빅4 회계법인만 들어가 있다. 나군은 소속 회계사수 100명 이상, 다군은 40명 이상 회계법인들로 구성돼 있다.
빅4와 다른 회계법인들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지정 감사 유무다. 가군은 모든 상장회사에 대한 지정 감사가 가능하지만, 나군 이하는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 대해서만 지정감사를 할 수 있다.
현재 자유 선임에서는 중견회계법인들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는데, 지정감사에서는 가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지정 방식 개편 논의에서는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견회계법인들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지정 감사를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군 진입을 위한 문턱을 현재 회계사수 500명 이상에서 더 낮추거나, 가군이 아니더라도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견회계법인들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지정감사를 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모두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지정 방식 개편에 따른 영향은 중견회계법인에게 클 것으로 보인다. 빅4는 품질관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만, 중견회계법인들은 법인마다 차이가 크다. 따라서 지정 방식이 감사품질 중심으로 바뀌면 격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2주에 한번씩 TF 회의를 개최하고, 올해 3분기에는 결론을 낼 예정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한국공인회계사회 등과 함께 21일 회의를 열고 다음 TF 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을 정하기로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