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코스피 5000과 자본시장의 정치화

2025-04-30 13:00:05 게재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어떤 후보라도 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동학개미’(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도 목격한 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022년 1월 초 증권거래소 개장식에 나란히 참석해 동학개미 공략에 열을 올렸다.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가 먼저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니던가. 주가가 현 수준보다 두배는 뛴다고 하니 동학개미를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국민의힘도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비슷한 공약을 내세우리란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코스피 5000’ 공약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까닭

이 후보는 맥을 제대로 짚었다. 핵심은 상법개정을 통해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도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일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본다. 그동안 지배주주 이익만을 우선하는 우리 기업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주식의 구조적인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었다.

재계는 그동안 상법개정에 반대해 왔다.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가 재계보다는 동학개미를 더 의식한 공약을 내건 것은 동학개미의 정치적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학개미는 ‘봉’이라는 자조가 사라질 수도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코스피 5000’ 공약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게 한다. 문재인정부 이후 동학개미의 환심을 사려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자본시장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왔기에 하는 얘기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자본시장을 아예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만 해도 그렇다. 문재인정부나 윤석열정부에서는 한때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가진 일부 투자자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얄팍한 수였다. 정치적인 성공 여부는 판단하고 싶지 않다.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 신인도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의 외면을 부를 수 있다는 전문가 외침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윤석열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도 2년 유예했다가 결국 폐지했다. 명분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였지만 납득하기 힘든 조치였다. 세금 깎아준다고 주가가 뛸 리도 없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도 맞지 않는 방향이었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등 투자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해하기 힘든 건 이 후보의 태도였다. 문재인정부 당시 여야 합의로 도입했음에도 끝내 이 후보가 폐지에 동의한 것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도입한 세금을 민주당 대표가 없앤, 명백한 자기부정이었다. 눈 앞의 표만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터져 나왔다.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업 체질개선 이뤄져야 자본시장 성장도 가능

공매도 금지와 금투세 폐지는 주가조작 세력이 좋아할 만한 환경이다. 공매도 금지로 특정 종목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고,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도 세금 한푼 낼 필요 없으니 콧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두 정책은 모두 용산 대통령실이 주도한다는 얘기까지 나돈 만큼 새 정부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대선 후보가 주가지수 목표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일은 세계적으로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지배구조만 개선한다고 해서 ‘밸류업’이 자동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산업 경쟁력 확보와 기업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자본시장 성장도 가능한 법이다. 자본시장을 잘 안다는 이 후보가 정작 신경써야 할 게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윤영호 법무법인 화우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