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정당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2025-04-30 13:00:07 게재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를 후보자로 확정했다. 제2당인 국민의힘은 1차로 당의 후보자를 선출하고, 2차로 제3의 후보자와 단일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었지만 대통령 탄핵으로 제2야당 신세가 됐다. 스스로 경쟁력 있는 대통령 후보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처럼 무기력하게 되었을까?

국민의힘은 자유당으로부터 시작해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이명박의 한나라당, 박근혜의 새누리당, 윤석열정부까지 보수정권을 이어 왔다. 대한민국 헌정사 77년 가운데 약 62년을 집권했다. 반면 민주당 집권 기간은 진보 계열 정당인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15년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헌정사 77년 가운데 62년은 보수 정당, 15년은 진보 정당 집권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주의의 대전환은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1987년 민주화 선언을 통해 이루어졌다. 1987년 이후 한국의 정당체제는 보수와 진보, 그리고 군소정당의 구도로 자리 잡았다. 정당정치가 발전하면서 중도진보 성향의 민주당은 집권경험을 바탕으로 강력한 정권교체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후 한국 정당정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이 교차 집권하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정당정치를 경험하지 못한 검사 출신들이 권력의 중심을 형성했다. 그 결과 정당 내부의 권력구조와 의사결정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이는 검찰조직의 상명하복 문화가 전이된 결과다. 원래 정당은 정책경쟁을 통해 보수적 자유민주주의와 진보적 사회적 평등의 차이를 드러내고 국민적 합의로 결론을 도출한다. 그러나 검찰정치는 합의보다는 사법적 징벌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방식으로 갔다.

현대 민주주의는 이념적 경쟁을 통해 성숙한다. 한국 정치는 검찰권력이 보수정당과 결합하면서 양당체제가 약화되고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게 되었다. 정책을 둘러싼 건전한 경쟁보다는 생존을 건 투쟁으로 변질되고, 그 갈등은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었다. 결과적으로 사회통합보다는 단절을 심화시켰다. 검찰권력이 보수정당을 장악하면서 드러난 정당정치의 현실이다. 또 하나는 극단적 파벌주의다. 정당 내 파벌주의가 만연하면 정당은 파벌의 이익에 봉사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된다. 파벌주의는 정당의 정책과 방향을 지도자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시킨다.

정치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정당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나치게 특정 개인의 통제 하에 놓이면 조직적·정치적 실패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신천지 등 이단종교 세력이나 무속까지 정치에 개입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당정치의 심각한 왜곡이다. 정당 내 진성당원의 참여를 제한하고 의사결정을 외부 세력에 좌우되게 만든다. 지도부 선출을 포함한 주요 의사결정이 비민주적으로 흐르면서 당의 정통성과 민주적 운영이 훼손된다.

정치학자 로버트 달은 “정당은 민주적 기구여야 하며, 그것이 비민주적으로 운영될 경우 민주주의 자체가 훼손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과연 의사결정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와 규정을 지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당이 총력을 기울여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놓고 제3자에게 후보직을 양보한다면 정당은 존재의 명분을 잃게 된다. 예를 들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출마해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당의 자율성이 상실된 것이다. 이 결정이 심각한 내부 문제제기 없이 진행된다면 이는 특정 권력 집단이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장악된 사당(私黨)의 전형이다.

국민의힘은 내부 민주주의 강화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정당은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인 국가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정책 역량을 인정받아야 한다.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킨다면 다시 기회는 온다. 개방적이고 투명한 민주적 절차와 시스템 구축이 그 출발점이다.

보수 정당, 역사의 법정 앞에 참회하는 자세로 임할 때 다시 설 수 있을 것

정당정치는 민주주의 핵심 기둥이다. 정당은 ‘선거를 통한 권력 획득’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정당이 특정 개인이나 검찰과 같은 권력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 끝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정 77년 역사에서 62년을 집권한 정당이 이처럼 무너지는 것은 역사에 대한 배반이다. 역사의 법정 앞에서 참회하는 자세로 임할 때 다시 설 수 있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