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중국자동차 역대 최대 판매량
내연기관·하이브리드 급증 관세로 전기차 비중은 감소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EV)의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의 유럽 수출을 대폭 늘리며 전체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포스(Dataforc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전역에서 신규 등록된 중국 브랜드 차량은 15만대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에는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의 5.2%를 차지해 최초로 5%를 넘어섰다. 그러나 전기차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30%에 그쳤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그간 유럽의 탄소배출 감축 정책과 전기차 산업 선도 전략에 맞춰 EV 중심의 수출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지난해 하반기 중국산 EV에 관세를 더 인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연합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자국 산업에 불공정한 경쟁력을 부여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한 규제에 나섰다. 관세는 중국에서 생산된 모든 EV에 적용되며, 유럽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에 대한 경쟁 환경을 평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SAIC의 경우, 최대 45%에 달하는 수입 관세가 전기차 가격경쟁력을 훼손한 것이 내연기관차 확대 전략의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데이터포스의 선임 분석가 벤자민 키비스는 유럽 소비자들이 순수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선호를 옮기고 있다는 점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키비스는 “중국 업체들은 다른 연료 유형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관세 외에도 EV 수요 증가 둔화, 하이브리드 수요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BYD 역시 올해 들어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BYD 유럽지역 대표 마리아 그라치아 다비노는 지난달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업계 행사에서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두 개의 축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YD는 향후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유럽 현지 생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헝가리와 튀르키예에 EV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며 EU 내에 세 번째 공장 설립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BYD는 일부 기대와 달리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려는 전략은 자제하고 있다.
다비노 대표는 “우리 스스로와 산업 전체를 파괴하는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설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