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부실채권 급증하는 중국
중국 6대 국유상업은행의 보통예금 금리는 0.05%다. 정기예금도 1년 만기0.95%, 5년 만기 1.3%로 1%대 금리다.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는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진작을 위해 지난 20일 시중은행 금리를 전격 인하한 영향이 크다. 은행 대출금리도 4월 기준 평균 3.26%로 사상 최저치다. 하지만 당국 예상과는 달리 예금은 늘고 대출은 감소세다.
중국이 수신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게 2020년부터다. 이후 지난해까지 늘어난 가계 저축은 69조9700억위안이다. 가계저축 잔액은 151조위안 규모다. 지난해에만 14조2600억위안이 늘었다. 전체 수신 증가액 18조900억위안의 78%에 해당한다. 올해 4개월간 증가한 가계저축액도 7조8300억위안에 달할 정도다. 올해 4개월간 주택담보대출은 2416억위안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가격이 2021년 고점을 찍은 후 하락하고 있어서다.
국가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신규주택판매액은 9조6750억위안이다. 2021년 고점 당시 18조위안의 절반에 불과하다. 가계대출도 지난해 1조5661억위안으로 고점 시기의 3조2388억위안의 반토막 이하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도 2019년 이전에는 71% 전후였으나 이후 67%로 떨어진 상태다.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 나타나는 초저금리 현상
시중자금 흐름 왜곡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 상장된 58개 상업은행 54곳의 순이자수익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는 게 닛케이의 최근 보도다. 중국 금융감독당국이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순이자수익은 1.52%다. 1년 전보다 0.17%p나 낮아진 수치다. 중국 당국의 건전성 기준인 1.8%를 밑도는 상장 은행만도 47개다. 상장 은행의 81%가 건전성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10%를 넘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전국 상업은행의 순이자 수익률은 1.43%다. 작년 4분기에 비해 0.09%p나 하락했다. 대형 국유은행의 마진율은 1.33%로 주식제 은행(1.56%)보다도 더 낮다. 지난 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0.11%p와 0.05%p 씩 하락한 것으로 나온다.
중국의 은행 대출은 지난해에만 82조8400억위안 증가했다. 이전 5년 간 늘어난 55조3300억위안보다 큰 증가세다. 주로 소비를 늘리기 위해 기업이나 정부 대출보다 가계대출 비중을 늘린 게 특징이다. 결과는 6대 국유상업은행의 부실채권 감소와 가계 부실채권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행(0.97%) 공상은행(1.15%)의 부실채권은 1년 만에 0.45%p 씩 증가했고 건설은행(0.98%)과 교통은행(1.08%)도 각각 0.32%p와 0.27%p 늘었다.
상업은행의 비이자 수익도 갈수록 악화일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상업은행 부실대출비율은 1.5%다. 한마디로 순이자수익으로 부실대출 손실을 못 막는 구조다. 잠재적 부실채권까지 합치면 부실채권 비율은 7.8%로 올라간다. 금융당국은 이미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금 충당용 공적자금 5000억위안을 투입하며 리스크를 관리 중이다. 중소은행 부실채권도 결국 대형 은행이 인수할 수밖에 없다는 근거에서다.
중국 당국 금리 낮추며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부실채권만 양산
더 큰 문제는 중국경제에 닥친 대내외 환경이다. 미국의 관세압박으로 5월 대출 증가액은 2800억위안으로 급감했다. 직전 3개월 대출 증가액 9조7800억 위안과 비교불가한 수준이다. 가계대출은 5000억위안 줄고 중장기 대출도 1231억위안 감소했다. 당국에서 기업 대출 평균금리를 3.26%로 낮추며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부실채권만 양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1년간 미상환 부실채권은 2258억위안으로 1년 전보다 81%나 증가했다. 이중 개인 부실채권은 70%다. 중산층이 벌벌 떠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