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새 정부 경제비전은 ‘활력경제’로
내일이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당선이 확정된 순간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새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해결해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가장 힘든 시기에 취임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혼돈에 빠져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문제로, 도전자인 중국은 장기간의 경제침체 문제로 경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도 양국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으로 세계경제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적색경보 상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관세폭탄과 미중 전략경쟁의 영향으로 수출산업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성장률은 0%대로 추락할 지경이다. 더구나 국내 사회는 진영대립의 골이 깊게 파여 분열과 적대감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외의 위기 신호로 기업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국내외 위기 신호로 기업들의 불안감 극에 달해
새 정부는 출범 직후 관세 대응을 비롯해 국내외의 난제들에 대한 해법과 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청사진을 정권의 정체성을 담아 제시할 것이다. 필자는 새 정부의 경제비전이 ‘활력경제’를 지향하기를 희망한다. 활력경제(vital economy)는 기업이 도전정신과 의지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목표를 추구하는 경제로서 정부가 기업 활력을 유인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작동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0년 저소득국가에서 2020년 고소득국가로 전환한 세계 유일의 국가였다. 이러한 기적은 우리나라가 활력경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계 전문가들이 모두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조상의 피로 짓는 제철소다. 목숨을 걸고 일하자’라고 결의를 다져 생산 첫해부터 흑자를 낸 활력기업 포스코를 비롯해 1970년대부터 10여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침내 중화학공업화에 성공한 활력기업들이 바로 활력경제의 선두주자들이다.
개발연대의 성공을 헝그리 정신에 입각한 활력경제라고 한다면, 중국의 강력한 경쟁에 의해 한국산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제로성장으로 추락한 작금의 경제 상황에 부합하는 새로운 활력경제론(vital economics)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고전인 대학에 보면 ‘편안해진 다음에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한 뒤에야 얻을 수 있다(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는 문구가 있다.
정책당국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힘써야 한다.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긴밀히 소통하며 애로를 청취하고 합리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정책과 제도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새로운 민관 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몇년 전 기업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각자도생’이라는 용어는 기댈 곳 없는 기업들의 무력감을 잘 보여준다. 이 용어는 원래 조선시대 대기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들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제2의 신활력경제론 개발해 AI 시대전환에 성공해야
최근 인공지능(AI)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고 머지않아 전대미문의 산업혁명이 전개될 것이므로 기업들이 도전정신과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한국경제의 현실을 비판한 ‘냄비 속 개구리’의 무기력증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AI 시대로의 전환에서 한국경제는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소통과 합리적 협력문화에 기반한 제2의 활력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의 기업관과 제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가 왔다. 기업이 서야 주주와 협력기업 등 사업생태계가 공진화하는 포용적 혁신성장이 가능해진다. 위기 국면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가 제2의 활력경제론을 확립해 한국경제가 AI 시대 선진국의 선두그룹 진입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