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우리 증시에 부는 훈풍
대선 이후 국내 증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따른 우려로 1% 이상 하락하기도 했지만 그 전까지 코스피는 대선 이후 8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 3년 5개월 만에 2900포인트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 이후 상승률을 보면 25%가 넘는다.
사실 우리나라 경제의 현재 모습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내수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 전쟁 이후 물가가 올라 각국의 소비 투자 교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 3년 5개월 만에 2900p 회복으로 증시 환경에 변화 조짐 보여
하지만 우리 증시를 둘러싼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관점에서 미국으로만 흐르던 전세계 자금이 조금씩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고, 대안적 투자처로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바로미터인 달러화 지수는 올해 들어 10% 넘게 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원화는 달러 대비 8% 가까운 강세를 보였고 6월 들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꾸준히 사고 있다. 낙관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제 전망 하에서도 우리 증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이유일 것이다. 일단 전방위적 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새정부의 산업 정책은 반도체,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K-컨텐츠 등 대부분 주요 산업에 걸쳐 있는데 적극적 정책이 기업들의 장단기 수익성을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들이다. 현 정부는 집권 전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투자자 보호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을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대선 이후 여대야소 환경으로 이 같은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집권 후 며칠 만에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 처벌과 투자 자산으로서 주식의 매력을 강조했다.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13.8조원의 1차 추경에 이어 조만간 대규모 2차 추경 편성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몇 가지 불확실한 요인에는 유의해야 한다. 일단 지난 주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린 이스라엘-이란 간의 분쟁 문제다. 또한 7~8월 관세 유예 종료 후 미국과 주요국 간에 새로운 긴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미중 갈등은 근본적으로 패권 경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협상도 완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국내적으로는 산업정책, 추경 등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 부담이 적절하게 관리되는지 여부가 관찰되어야 한다. 또한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의 디테일과 정부, 기업의 실제 이행 의지가 중요하다.
일본이나 대만, 싱가포르와 같은 밸류업 성공 사례를 보면 일관성 있는 정책과 기업의 경영책임 강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신뢰 축적 과정이 필요하다.
정책 실행력에 대한 신뢰 확보될 경우 주식 비중 확대 여지 커질 듯
하지만 다양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증시 상승은 과거 대선 이후 단기 반등과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된다. 달러화 약세, 자본시장 제도 개선, 산업 전략 변화, 유동성 장세 등 긍정적 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실행력에 대한 신뢰가 확보될 경우, 국내 주식 비중을 지금보다 확대할 여지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