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임대주택 정책의 해법

2025-06-19 13:00:04 게재

저소득층 청년층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은 여전히 주거불안에 직면해 있다. 이들의 주거문제는 단순한 부동산정책을 넘어 도시정책 및 복지정책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복합적 과제다. 이러한 문제해결의 핵심수단 중의 하나가 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 정책은 정권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달라져 왔다. 정부는 공기업을 앞세워 빠른 공급을 추진했고, 민간은 시장 효율성과 수익성을 강조해 규제완화와 지원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공공이냐 민간이냐’는 이분법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 공공은 안정성과 형평성, 민간은 효율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각각의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공급 방식의 한계도 드러났다. 철도 위나 하천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어 임대료와 재정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공기업으로 하여금 토지 판매 이익을 밑천으로 임대주택을 확보하도록 한 정책은 공기업 경영악화와 상가공급 과잉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

공공과 민간의 협업 및 수요자 중심 시각 가져야

중요한 것은 공공과 민간의 협업이고, 핵심은 민간의 자본과 창의성, 공공의 규제와 지원이 결합된 공급 방식이다. 공공이 신용을 담보하고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공공리츠나, 적절한 지원이 수반된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임대주택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임대주택의 입지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쟁점이다. 그동안 중앙정부 주도의 공급 정책은 주로 도시 외곽이나 그린벨트처럼 개발 부담이 적은 택지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개발비용 절감에는 기여했지만, 거주자의 이동성과 생활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지자체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도심 내 임대주택 확보와 외곽 지역의 생활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민들의 가까이에서 복지플랫폼 역할을 하는 지자체는 주거복지 조례 제정, 주거복지 기본계획 수립, 도시계획과 주거복지의 연계, 지자체 간 주거복지 협력체계 구축 등에 힘써야 한다.

나아가 임대주택 공급주체를 지자체를 넘어서 시민에게 이양한다는 접근이 필요하다. 임대주택의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민간비영리법인에 대한 지원을 통해 주거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의 주거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 수요자에게 위치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주거급여를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간 임대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권리 불균형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임차보증금 미반환이나 분양전환 가격을 둘러싼 분쟁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협한다. 민간 임대시장의 자율성은 인정하되, 그에 상응하는 책임성을 확보할 규제 수준이 적정해야 시장의 힘을 빌려 공급을 늘릴 수 있고 국가 전체의 주거복지 기반도 강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임차보증금 반환이 보장되도록 민사 관련 법을 보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가격 산정 기준 또한 보다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중개 현장에서 표준 임대차 계약서 사용이 보편화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 발생 시 신속하고 중립적으로 문제해결을 도와줄 수 있는 준사법적 조정기구도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

서민 주거안정뿐 아니라 사회통합에도 기여하는 정부 되길

주거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정책을 둘러싼 딜레마를 해소할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는 주거복지 정책을 실효성 있게 실행할 주체가 지자체임을 인식하고, 정부와 지자체 간 권한 조정, 혁신 선도 지자체의 발굴 등에 힘써야 한다. 임대주택 정책 개선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유병권 서울시립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