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장 리포트

미국 청년들은 정말 보수화되었나

2025-06-24 13:00:04 게재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데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미국 선거 데이터 분석가인 데이비드 쇼어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과의 최근 대담에서 75세 백인 남성이 20세 백인 남성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젊은 유권자층 내부의 균열을 간과할 수 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예일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지난달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8~21세 응답자들은 약 12%p 차이로 민주당보다 공화당을 더 지지했지만, 22~29세 응답자들은 민주당을 약 6%p 차이로 더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평가하는 항목에서는 20대 중후반의 46%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20대 초반은 51%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차이는 젊은 유권자들이 항상 더 진보적 경향을 보인다는 오랜 통념을 뒤집었다. 가장 젊은 미국 유권자들이 오히려 더 보수적인 셈이다.

예일대의 설문조사만 이를 포착한 것은 아니다.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을 10년 이상 분석해 온 하버드 정치학연구소는 지난해 봄 설문조사를 통해 30세 미만 유권자들이 바이든과 트럼프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24년 3월 시행된 여론조사에서는 25~29세 사이의 청년층에서 약 14%p의 바이든 우위가 있었지만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청년층에서는 그 우위가 10%p 줄어들었다. 20대 후반 연령층의 트럼프 지지율은 5%p 더 높았다.

이러한 상황은 민주당 후보가 해리스로 바뀌었을 때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조사에서도 여전히 20대 초반 유권자들의 공화당 지지율은 20대 후반보다 높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4개월이 넘은 현재 설문조사 결과는 비슷하다.

펜데믹 온라인환경이 Z세대 분열 이끌어

세대를 구분하는 단일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체로 1995~2012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Z세대로 정의한다. 그런데 미국 사회는 이제 실제로 두 가지 유형의 Z세대가 존재하며, 각각 독특한 정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전기 Z세대’와 현 미국의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고 트럼프 지지 성향이 좀 더 강한 ‘후기 Z세대’다.

전문가들은 팬데믹과 트럼프, 새로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확산, 종교, 인플레이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이러한 Z세대 내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전기 Z세대 즉, 20대 후반의 Z세대는 코로나 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들의 성년기는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와 인종 및 성 평등을 위한 반트럼프 저항 운동의 시작과 맞물렸다.

반면 후기 Z세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유권자로서 자격을 얻게 되었다. 이들은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혹은 그 이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대면 수업의 부재는 이들의 학업적 성장에 큰 방해요소였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했을 때에도 대부분은 비대면 수업을 받았고 팬데믹 이전과 상반된 캠퍼스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정치적 상황도 물론 매우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 중이었고, 트럼프와 그의 MAGA 운동은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그들은 트럼프의 든든한 지지세력이 되었다.

한편 최근 수년간 미국 Z세대들의 뉴스 소비 방식도 급격하게 변했다. 전기 Z세대와 후기 Z세대의 온라인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전문가들은 후기 Z세대의 우경화 움직임을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틱톡의 폭발적인 성장이 있다.

젊은 세대는 단순히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서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갈수록 더 비정치적·비전통적 출처에서 뉴스를 접한다. 그중에서도 틱톡은 지난 5년간 젊은 유권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성장했으며 특히 그들의 뉴스와 정치 관련 정보의 주요 출처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틱톡은 201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아니었다. 그런데 2024년 선거를 앞두고 틱톡의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게시물이 바이든이나 해리스를 지지하는 게시물보다 2배 많았다고 한다. 이는 유권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앱이 그들의 정치 성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종교적 정체성 갖게 된 비율도 높아져

종교적인 측면도 눈여겨볼 만하다. 수십 년간 미국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데 후기 Z세대는 종교적 신념이 오히려 증가하는 연령층이라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퓨 리서치 센터에서 최근 발표한 종교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기 Z세대는 전기 Z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보다 종교적 정체성을 더 강하게 갖고 있었다.

특히 2000~2006년 사이에 태어난 Z세대 중 51%가 기독교인이라고 답했으며 이는 2023년 45%보다 높은 수치다. 종교를 갖게 된다는 것이 반드시 보수적 사고나 공화당 지지의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공화당 지지자와 종교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즉 종교적인 미국인은 공화당을 지지하거나 더 보수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새롭게 투표 자격을 얻은 유권자들이 대체로 유색인종의 남성이라는 점과 연결해서 분석하기도 한다. 2024년 민주당 성향의 분석업체 캐털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 20대 초반의 흑인 및 라틴계 남성들이 새롭게 포함된 유권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들은 당시 해리스보다 트럼프를 더 지지한 유권자층이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도전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Z세대의 균열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즉 후기 Z세대의 공화당 지지 경향이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젊거나 유색인종이거나 혹은 진보적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얻게 되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후보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전망은 2024년 선거 이후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Z세대의 균열' 미국 선거판 뒤흔들 수도

한편 Z세대는 집권하고 있지 않은 정당에 투표할 수도 있다. Z세대는 비관적인 세대다. 그중에서도 20대 초반의 후기 Z세대는 유독 더 비관적이다. 샌디에이고 주립대 트웬지 교수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한 미국 청년들은 ‘세상에 큰 희망을 품기 어렵다’ ‘세계 상황을 고려할 때 내 삶에 진정한 목적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등 문항에 동의하는 비율이 이전 세대들이 20대였을 때보다 더 높았다고 한다.

2024년 선거는 경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커다란 불만 특히 이제 막 성인이 된 20대의 삶에 타격을 준 인플레이션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찾고자 했던 이례적인 사건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대 청년들의 이러한 비관적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미국이 처한 상황에 결코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화당은 지금의 성과를 유지하고 다음 선거에 이 젊은 유권자층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후기 Z세대가 공화당을 지지했다고 해서 그들이 내년 중간선거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Z세대는 2030년까지 유권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민주당과 공화당은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힘을 갖고 싶다면 그들을 더욱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 앞으로 Z세대의 균열은 미국의 선거를 뒤흔들 수 있다.

김찬송

위스콘신대

정치학, 미국 선거·여론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