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보완 필요한 새 정부 기술보호 대책

2025-06-26 13:00:01 게재

이재명정부는 출범과 함께 ‘진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기술주도 성장 등 3대 전략과 인공지능(AI) 혁신, 공정과 상생의 시장질서 구축과 같은 5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경제 산업 대도약을 위한 성장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적인 성장유인이 되도록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대표적 과제의 하나로 예시했다.

많은 중소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원천기술 개발의 핵심 주체로 경제 전체의 혁신을 높이는 원동력이지만 그동안 일부 대기업에서 기술을 무단 탈취하는 문제가 고질적인 병폐로 존재했다. 이는 혁신의 유인을 없애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므로 개선 대책이 필요했다.

기술개발 촉진보다 기술보호에 치중한 점 아쉬워

새 정부는 구체적인 기술보호 대책으로 손해배상 소송시 법원의 공정거래위원회 중기부에 대한 자료 제출 명령권 신설과 기술탈취 소송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형 증거조사(디스커버리)’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대책은 기술탈취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손해배상이나 피해구제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하고 적절하다.

그런데 새 정부의 대책이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것보다 기술 보호에 치중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기술은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되기 때문이다. 많은 기술이 개발되고 이러한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며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개량 기술이 개발되는 선순환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선순환 과정에서 기술 개발보다 보호에 치중하는 대책만 강화된다면 기술 개발이나 활용을 방해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개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하는 부품 생산에 활용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한다. 대기업은 유사시에 대비해 하나의 부품도 복수의 중소기업과 거래하는데, 기술개발이 한 중소기업에서만 이루어지면 이를 다른 중소기업도 사용하도록 할 필요가 생긴다.

왜냐하면 그 기술을 거래하는 모든 중소기업이 사용해야 생산원가를 낮추고 균질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대기업은 기술을 유상으로 구입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해 기술 유용이나 탈취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술 가치가 불분명하고 이를 구입하는 방법도 마땅치 않으니 그대로 무단 사용하거나 원래 기술을 약간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이 남아있는데 기술보호 대책만 계속 강화되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술탈취나 손해배상소송과 같은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회피하려고 새로운 기술이 활용된 부품을 납품받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의 가치 평가와 기술이 거래될 수 있는 여건부터 정비해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마련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의 가치만 평가된다면 정당한 대가를 주고 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대기업이라면 중소기업의 기술에 가치가 매겨져 있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가된 기술가치는 중소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이나 피해 구제 과정에서도 적절히 활용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대책으로 기술 유용이나 탈취에 대해 엄중 처벌하는 데 역점을 뒀다. 대표적으로 2024년 하도급법을 개정해 기술 탈취에 대해 손해액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보호 대책은 새 정부에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보호 대책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우선 개발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기술이 거래될 수 있는 여건부터 정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