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기업 밸류업 위한 회계감독 선진화

2025-06-27 13:00:06 게재

지난 6월 17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 순위는 69개 국가 중에서 60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를 나타내는 기업이사회 순위도 66위로 최하위권이다. 이재명정부가 목표한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내 회계 공시 및 감독 체계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위원회의 산업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산하에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과 시장행위를 감독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두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불공정 거래행위 방지와 회계 투명성 제고가 중요하다.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구조개편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 건전한 발전 위해 불공정 거래행위 방지와 회계 투명성 중요

자본시장 감독기구의 역할은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기업회계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자본시장 선진국들은 회계감독기구의 권한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독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영국은 2018년 회계부정 사건으로 대기업이 파산하자 기존 재무보고위원회(FRC)보다 대폭 강화된 권한을 보유한 독립 규제기관인 ‘감사, 재무보고 및 지배구조 기구(ARGA)’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조직은 상장 및 비상장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 대한 회계보고 및 감사품질을 감독하며,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업무도 수행한다. 또한 기업의 허위공시 및 회계부정에 대한 조사 및 제재 권한도 갖는다.

미국은 엔론사태 이후 사베인스 옥슬리 법안을 통해 회계개혁을 단행했다. 기존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독립적인 연방기관으로 상장기업에 대한 재무보고, 공시 및 외부감사 관련 자본시장 규제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 동시에 회계법인에 대한 전문적인 감독을 수행할 상장법인 감독위원회(PCAOB)를 신설했다. PCAOB는 회계감사기준을 제정하고, 상장기업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업무를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회계감독기능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분리되어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회계정책을 결정하고 회계부정에 대한 행정처분을 담당하는 반면 금융감독원은 회계부정에 대한 감리업무를 수행하며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을 담당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에서 회계정책 업무를 총괄하는 회계제도팀은 4명의 소규모 조직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 회계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도 부원장보에서 선임국장으로 직급이 내려갔다. 이러한 위상하락은 회계부정사건 및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회계감독기구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 중요

회계감독기구의 역할은 자본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회계감독이 느슨해지면 장기적으로 회계부정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회계감독기구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을 임원으로 격상하는 수준을 넘어 별도의 독립된 회계감독기구를 신설하고 임기가 보장된 회계전문가를 기관장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행 사후 행정제재 중심의 회계감독에서 벗어나 고의성이 없는 회계오류는 해당 내용을 신속하게 시장에 공시하여 투자자들이 경영자에게 회계보고 품질을 높이도록 요구하는 자본시장 자정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회계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