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섬백길 걷기여행 25 소청도 지오트레일
10억년 전 생명활동 비밀 깃든 화석해변
아주 작은 섬에 지구 생명 활동의 비밀이 깃든 화석들이 있다. 호주의 샤커만까지 가지 않아도 이 화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옹진군 소청도다.
백섬백길 82코스인 소청도 지오트레일(12.3㎞)의 끝자락 분바위 해변에는 10억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널려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미생물의 활동으로 형성된 퇴적 구조물인데 주로 바다, 호수 등에 서식하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군집해 광합성을 하면서 만들어진다.
남세균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방출하고, 이 과정에서 생긴 침전물이 쌓여서 독특한 층상 구조의 암석을 이루는데 이것이 스트로마톨라이트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특별한 것은 지구 초기 생명 활동의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남세균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산소를 증가시켜 대산소 사건이 일어났고 지구 생명체의 판도가 바뀌었다.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물들이 지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세균 덕에 우리 인류의 조상도 진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23억년 전에 처음 지구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지역에서는 20억년 전의 화석이 보고된 적 있지만 남한에서는 10억년 된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소중한 자연유산은 일제 때부터 훼손돼 왔다. 소연평도의 자석 철광산과 함께 일제는 소청도의 대리암도 대량 채굴해 갔는데 이 과정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도 훼손되고 말았다. 해방 후에도 1980년대 초까지 소청도에서는 스트로마톨라이트의 무늬를 이용한 문양석 가공 공장이 가동돼 많은 화석들이 사라졌다.
국가유산청청은 2009년에야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고시했다. 지정 전에 주민들은 천연기념물 지정으로 생업에 지장이 올까 걱정이 많았다.
주민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이 해안은 천연기념물인 동시에 누대를 이어온 주민들 삶의 터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지정이 불편을 주고 불이익을 준다면 반가워할 주민은 누구도 없다.
천연기념물이 제대로 보존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지정만큼 중요한 것은 자연유산의 보존이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정책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 해변 옆에는 설산처럼 흰 바위산이 있다. 눈에 덮인 것처럼 하얀 바위산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바위산은 표면이 풍화돼 분칠한 것처럼 보인다 해서 분바위란 이름을 얻었다. 분바위는 달빛을 받으면 하얀 띠를 두른 것처럼도 보이기 때문에 월띠라고도 한다.
등대가 없던 옛날, 뱃사람들은 칠흑의 밤바다에서 달빛에 물든 분바위 흰빛을 등대 삼아 항해할 수 있었다. 분바위는 소청도 남동쪽 해변에 있는 대리암 덩어리다. 흰색 석회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 대리석으로 변한 것이 대리암이다.
사람들은 홍어하면 흑산도를 먼저 떠올리지만 소청도 바다는 최대의 홍어 어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때 소청도는 홍어잡이로 돈을 쓸어 담은 적도 있었다. 이제 홍어보다 놀래미를 더 많이 잡는다. 일제하에서는 대마도의 잠수부들이 대거 몰려와 전복, 해삼 등을 마구잡이로 채취해 갔다. 그 후에도 제주도 해녀들까지 와서 작업을 할 정도로 소청도 근해는 해삼의 대량 서식처이기도 하다. 지금도 소청도 바다에서는 해삼이 많이 잡힌다.
대청도 노화동 마을 끝자락 절벽에는 1908년 설치된 등대가 있다. 등대로 가는 길은 절벽에서 끝나지만 등대의 길은 절벽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백섬백길: https://100seom.com
공동기획: 섬연구소·내일신문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