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달러약세’ 한국 증시 상승의 동력

2025-07-01 13:00:01 게재

지난 4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브 미란의 연설문이 올라왔다. 통상 트럼프 대통령, 부통령 JD밴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동정을 담은 뉴스가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례적으로 스티브 미란의 연설문이 게재됐다.

미란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오른 것부터가 파격이었다. 대체로 이 자리는 대학교수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도 번역돼 많이 팔린 경제학교과서인 ‘맨큐의 경제학’의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가 조지W.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것처럼 말이다.

달러 약세 유도해 대외불균형 완화시키자는 미란보고서

미란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기는 했지만 학계 커리어는 알려져 있지 않고 2010년 부터 자산운용사의 투자전략가로 활동한 기록이 있다. 미란은 미국 대선 직후인 2024년 11월에 간행한 보고서 ‘세계 무역체제 개편을 위한 정책 안내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를 통해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미란보고서’로 불리는 이 자료는 달러의 고평가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란은 달러약세를 유도해 대외불균형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늘 경제관료들은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변수라고 말하지만 역사적으로 환율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았다. 1985년 플라자합의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미국은 직면한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이었던 일본과 서독을 압박해 엔화와 마르크화의 인위적 절상을 유도했다.

지난 5월 초 대만과 미국이 무역협상을 벌인 데 이어, 한국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대만-미국 무역협상 직후 대만 통화는 크게 절상됐고, 한국과 미국이 환율 관련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 한국 원화가치도 급등(원·달러환율 하락)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1487원까지 상승했던 원·달러환율은 6월 30일 현재 1349원까지 하락해 있다. 미란보고서에 나온 것과 같은 인위적 달러약세 공조 가능성 이외에도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달러가치를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트럼프행정부의 감세안은 미국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상정됐다. 세금을 줄여줌으로써 민간의 성장잠재력을 높인다는 주장은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정파가 집권할 때마다 의례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결정적인 위선이 있다.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의 정체성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감세와 더불어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 그렇지만 트럼프행정부를 비롯한 과거 어떤 공화당 정부도 재정지출을 줄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지출 축소 없이 감세가 단행’되는 공화당행정부 하에서 미국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다. 1980년대 후반 레이건행정부, 2000년대 초반 조지 W.부시 대통령 집권기가 그랬다.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면서 달러가 약해졌는데 현재 상황도 비슷하다.

달러가 약해지면 한국 주식시장도 오를 가능성 높다

달러가 약해지면 한국주식을 비롯한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다. 원·달러환율 하락과 동행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주식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는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단기간에 3000p대에 도달한 코스피의 강세는 한국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결과라기 보다는 달러 약세의 반작용인 비달러 자산 선호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대외 불균형 완화를 위한 달러약세 필요성과 미국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등은 한국의 펀더멘털과는 관련이 없는 이슈들이다. 원화강세라기보다는 달러약세라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약세가 지속되는 국면에서 한국 주식시장도 동반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