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부동산 문제, ‘투자 세대’ 시각에서 봐야 길 보인다
주거용 부동산 문제가 또 다시 불거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주 서울지역 비강남 한 지역자치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0.99%에 이르러 통계 집계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충격적이다. 연율로 따지면 50%를 넘나드는 수준이다.
정부는 6월 27일 ‘수도권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바로 다음날부터 수도권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6억원을 넘는 대출을 받을 수 없게 하고 다주택자와 소위 ‘갭 투자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아예 막아 버렸다. ‘폭력적’이라 할 만큼 강력한 대출통제책으로 평가받는다.
급격한 대책을 하루 만에 시행하자 대출 시스템을 정비할 시간조차 얻지 못한 은행들은 비대면 대출을 사실상 막아 버렸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들은 지난 27일부터 주담대와 신용대출 중 최소 1개 이상 비대면 방식의 대출접수를 대거 중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계약을 바로 앞둔 주택 구입자는 말할 것도 없고 급한 대출을 받으려던 일반 소비자들까지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별 관련없는 필자도 정책에 대해 연구한 경력 때문에 주말에 분노에 쌓인 하소연을 많이 들었을 정도다.
이런 식의 화들짝하는 정책 운용은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자주 관찰되곤 했는데, “진짜 급등 상황이 심각하기는 한가 보다”라는 신호를 시장 참가자에게 보낸다. 더구나 대통령실의 입장이 아니라는 대변인의 발언은 혼선을 낳았다. 과연 저 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될까라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언론에서는 서울의 주택공급부족과 이에 따른 전월세 가격상승, 기준금리인하에 대한 기대, 7월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을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번 수도권 집값변동, 새로운 현상 동반
그러나 좀 더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의 수도권, 특히 서울집값 변동은 몇가지 새로운 현상을 동반하고 있다. 첫째, 경기침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부동산경기도 좋다는 통상의 관념에서 볼 때 이례적이다. 둘째, 지방과 수도권 간에 그리고 서울안에서도 매우 심한 양극화현상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편 법원의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5월 중 강남 3구와 용산구의 부동산 매수자 4432명 가운데 30대 비중은 27.21%에 이르러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억~20억원 사이의 대출을 일으킨 경우가 다수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또한 보기 드문 현상이다.
과거와 달라 보이는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축의 시대’를 살았던 세대의 관점보다는 서학개미 동학개미가 상징하는 ‘투자의 시대’를 살아 갈 세대의 시각을 들여다 보는 것이 좋다.
첫번째 구조적 변화는 원화에 대한 신뢰약화 문제다. 옳든 그르든 누가 보아도 재정지출의 확대가 눈에 보인다. 한국은행의 자세도 유동성 공급 확대를 시사하는 방향으로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 기준금리인하 가능성과 연계하면 통화정책 또한 완화로 돌아섰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 통화가 공급되면 물가상승으로 가든 고용 및 생산증가로 가든 두 영향이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은 고용과 생산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연히 화폐가치 하락의 길이 열린다. 가상화폐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성화 가능성 역시 원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한국은행도 우려하듯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원화가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원화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의문이다. 원화가치가 의심스러우면 당연히 부동산 금 기업자산(주식)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간다.
두번째 구조적 문제는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가장 많은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1,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에 따른 자산 재조정에 나서고 있을 가능성이다. 705만명에 이르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기는 마무리되었고, 향후 9년 내 954만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법정 은퇴연령에 도달한다. 은퇴후 서울의 주택을 정리하고 전원생활을 실현하고자 했던 그 앞 세대의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던 베이비붐 세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거꾸로 서울에 자산을 집중시킨다.
베이비붐 세대가 아니어도 자산시장이 붕괴할 것이 자명한 ‘인구감소’ 지역에서 ‘인구집중’ 지역으로의 자산재배치는 분명 진행중이다. 전국의 자산가들의 수요가 서울로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매우 불리한 세제는 자산을 한곳에 집중하도록 압박한다.
세번째 구조적 변화는 개인임대업의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기업형 임대업의 도입과 관련이 있다. 이미 미국 등 다수의 해외 임대기업들이 한국 임대시장에 진출하거나 수익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뉴욕의 맨해턴이든 동경의 핵심주거지이든 베이징의 최고급 부동산이든, 서울의 핵심지역이든 모두 하나로 연결된 자산시장에 불과하다. 투자의 시대를 사는 눈에는 강남이 여전히 싼 가격일 수 있다.
시장구조 변했는데 정책은 구태의연
저축의 시대에 만들어진 구태의연한 천편일률적 정책, 그것도 폭력적인 방식으로는 위에 얼핏 나열한 몇가지 구조적 변화를 이겨낼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새로운 문제는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