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호황 예약한 미국 방위산업

2025-07-02 13:00:03 게재

나토 32개국 GDP 5%로 국방비 증액 합의 … 유라시아·중동 등 분쟁으로 무기수요 늘어

세계 안보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무기 판매액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나토 정상회의의 국방비 인상 합의로 미국의 방위산업은 다른 제조업 분야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사상 최대의 호황을 계속 맞이할 것이 확실해졌다.

최근 미 국무부가 공개한 무기 판매액을 보면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187억달러(434조8660억원)어치의 무기를 수출했다. <표 참조>

이는 지난해 한국정부 예산의 2/3에 해당되는 액수다. 이 무기 수출액은 전년 대비 33.7% 늘어난 수치다. 미국의 무기 판매는 정부간 보증 판매 방식(FMS)과 무기회사 직접 판매 방식(DCS)이 있는데 두 방식 모두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세계 무기수출 시장 비중 42% 달해

미국의 무기 판매 증가가 지난 한해에 그친 건 아니다. 미국은 2020년 이후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무기 판매율 증가를 기록했다. 비교 기간을 넓혀 2020~24년 5년 판매액도 2015~19년보다 21%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 덕분에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18년 34%에서 2019~23년 42%로 높아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미국의 무기산업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무기 산업은 다시 폭풍 성장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나토 정상에서 합의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국방비 확보가 그것이다. 이 합의에는 유럽 국가 각국의 기존 국방비를 2배 이상 올리기로 하는 내용이 있다. 나토 국가들은 2032년까지 이를 이행하는 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나토 정상들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전력증강 계획인 ‘나토 군사역량 목표’ 이행 내용을 보면 연간 GDP의 최소 3.5% 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고, 이를 위한 연례 계획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GDP의 최대 1.5%를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직접 군사비 3.5%+간접 비용 1.5%’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5%’를 맞췄다.

2014년 합의된 현행 목표치인 2%에서 배 이상 증액하기로 한 셈이다. 합의된 계획에 따른 전체적인 지출궤도와 균형은 2029년 전략적 환경 및 개편된 군사역량 목표를 기반으로 재검토한다는 내용도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2014년 국방비를 GDP 대비 2%로 올리기로 합의했지만 이후 이행 과정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직접적 계기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었다. 유럽 나토국가들은 이를 목격하고 국방비 증액에 적극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이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는 잠재적인 리스크로 평가됐지만 이제는 실재하는 리스크가 됐다. 결국 러시아의 위협이 서유럽 국가들의 무기 도입을 촉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럽 나토국가들의 국방비를 합친 액수가 러시아 한 국가의 국방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2025 군사력 균형’에 따르면 러시아의 작년 국방비는 4620억 달러로, 영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의 국방비를 합친 액수(4570억달러)보다 많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국방비를 42% 인상했다.

나토 회원국 무기수입 105% 증가

유럽 각국은 전력증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토 내의 대표적인 친러시아 국가인 헝가리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가깝거나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동유럽, 북유럽 국가들이 특히 무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자주 겪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어 나토 국가 가운데 군사력 증강에 가장 적극적이다.

폴란드는 올 들어서만 미국에서 GBU-39/B 소구경 폭탄(1억8000만달러), AIM-120D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13억3000만달러)을 구매하기로 하고 미 국무부의 승인을 받았다. 폴란드는 GDP 대비 국방비를 지난해 4.2%, 올해 4.7%를 배정해 나토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폴란드는 국내 방위산업이 취약한 관계로 오는 2035년까지 도입 무기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에서 5조원 이상의 대형 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인 2023년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미국의 나토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 가운데 △폴란드, AH-64E 아파치 헬리콥터(120억달러) △폴란드, HIMARS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100억달러) △독일, CH-47F 치누크 헬리콥터(85억달러) △캐나다, P-8A 대잠초계기(59억달러) △체코, F-35 전투기 및 군수품(56억2000만달러) 등은 단일 계약으로 천문학적 액수를 기록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2020~24년 기간 무기 수입을 105% 늘렸다고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밝혔다. 무기 공급 국가 가운데 미국이 상당 부분(64%)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프랑스·한국(각각 6.5%), 독일(4.7%), 이스라엘(3.9%)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폴란드의 대규모 무기 도입 계획에 따라 FA-50 전투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수출했다.

나토 유럽 국가들은 미국 무기 수입에 의존하게 된 배경으로 폴란드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럽 방산 분야의 어려운 사정을 거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발간한 방위백서에서 “몇몇 유럽 방위산업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럽 방위 산업 기반은 여전히 ​​구조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며 “유럽 방위 산업은 현재 회원국들이 필요로 하는 양과 속도로 방위 시스템과 장비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유럽 국가들은 또 같은 백서에서 유럽 국가들은 수십년에 걸쳐 국방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다며 국방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아시아·태평양도 무기구입 큰손

미국 무기 수출의 강세가 유럽 지역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오일 머니로 무기 도입량이 많은 중동 지역과 최근 무기 도입을 서두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여전히 ‘큰손’이다. 2019~2023년 기간 미국의 3대 무기 수출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15%) 일본(9.5%) 카타르(8.2%)일 정도로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미국이 이들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5조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사례로는 △호주, C-130J-30 수송기(63억5000만달러) △한국, F-35 전투기(50억6000만달러) △이집트, 에이브럼스 탱크 성능개량(46억9000만달러) △이스라엘, 유도폭탄 키트(67억5000만달러) 등이다.

이들 국가들도 유럽 나토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증액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방비 인상 요구도 있지만 점점 불안해지는 중동정세, 군비증강을 지속하면서 주변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태도로 무기 도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이들 지역은 유럽보다 방위산업 기반이 대체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무기 도입을 해외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무기 판매는 당분간 거칠 것이 없는 상태다.

또 미국의 강점은 첨단기술이 적용된 고정밀 무기의 공급이다. 이 덕분에 미국은 값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국가보다 많은 이윤을 확보하고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형성한다. 미국은 최근 5년 동안 사거리 250㎞ 이상의 장거리 지상 공격 미사일을 7개 국가에 공급했다. 글로벌 수출량의 45%를 차지했다. 앞으로도 13개 국가 수출을 예약한 상태다. 최근에는 캐나다와 1억2600만달러 규모의 초고주파 위성통신 시스템(MUOS)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주군 분야의 수출도 나서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우주군 분야 주문량이 5배 늘었다고 한다.

러시아 냉전 이후 최대 국방비 소모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보다 25% 대폭 올려 GDP의 6.3%를 투입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냉전 이후 최대 액수의 국방비를 소모하지만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이런 호전적인 자세를 나타내면 나타낼수록 미국의 무기 판매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과연 무기산업은 전쟁과 어두운 공생관계인가.

김성걸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