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관세에 환율로 맞서는 중국
미 달러화가치는 올해 상반기에만 10.8%나 하락한 상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95선에서 등락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직전 110선에서 급전직하했다. 브레튼우즈체제 붕괴 이래 반세기만의 하락폭이다. 엔화 등 주요국 통화도 달러약세 만큼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달러약세는 트럼프 발 관세정책의 결과다. 관세장벽으로 경기 불확실성을 피해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달러를 대체할 유로화 자산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게 유로화 초강세인 셈이다. 달러당 유로화 환율은 1대1 패리티 수준을 넘어 1.17을 돌파했을 정도다.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래 반세기만의 달러 하락
이런 와중에 중국 위안화환율은 달러당 7.16위안 선에서 등락 중이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가치 상승률은 1.7%에 불과하다. 반면 유로화에 대한 위안화환율은 8.44 위안까지 치솟았다. 위안화가치가 유로화에 비해 상반기에만 12% 하락한 셈이다. 2014년 위안화 환율제도개혁 이후 최대 기록이다. 한마디로 중국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관세전쟁 중인 중국이 눈독 들이는 곳이 유럽과 아세안이다. 이 시장에서 수출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와 환율 등 통화정책을 활용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수출가격은 1년 전보다 14.7%나 하락했다. 여기에 환율정책으로 인한 10.2% 수익을 합치면 유로화 기준 중국 스마트폰 가격경쟁력은 23.4%나 올라가게 되는 구조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위안화 가치를 10% 떨어드리면 수출이 5% 늘어나고 GDP 성장률도 0.75% 오른다는 보고서를 낸 이유다.
통화바스켓을 운영하는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 수단은 다양하다. 환율 중간가 고시제도가 대표적이다. 중간가는 중국 외환거래소 결제시스템(CFETS)의 전 거래일 종가에 야간 통화바스켓 환율을 가중평균한 후 정한 관리환율로 시장가격과 다르다. 통화당국이 ‘역주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밖에 외화예금 지급준비금 제도나 창구지도로 기업과 개인의 외환거래 통제도 가능하다. 특히 선물환 등 거래를 위한 외화 위험 준비금은 기업의 선물거래 자금을 이자도 없이 고정환율로 묶을 수 있는 수단이다. 외화보유액을 활용한 통상적인 시장개입은 말할 나위도 없다. 중앙은행 채권 발행을 비롯해 기업의 해외 위안화 대출 업무에 대한 구두 개입도 빈번한 편이다.
CFETS의 위안화 환율지수는 95.49다. 2020년 12월 이후 4년 반 만에 최저다. 올해 하락폭만 5%를 넘는다. 위안화가 유로화뿐만 아니라 태국 바트화 등 아세안 통화에 비해서도 약세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국제은행결제시스템(SWIFT) 자료를 보면 5월 말 기준 글로벌 통화결제 중 달러 비중은 48.46%로 2위인 유로화의 23.5%의 2배 이상이다. 중국 위안화의 결제 비중은 2.89%로 달러와 16.8배 차이다. 지난 2월의 4.33%과 비교해도 반토막 수준이다. 엔화나 캐나다달러보다 거래 비중이 줄어든 게 특징이다.
환율로 맞대응하는 중국의 전략도 예의 주시해야
중국의 4,5월 대미수출은 20%와 35%씩 감소한 반면 유럽으로 수출을 각각 8%와 12% 늘린 비결이 바로 환율이다. 아세안으로의 수출도 4월 21%에 이어 5월 15%나 늘린 상태다. 중국의 통화바스켓에는 한국의 원화도 포함돼 있다. 원화가 달러 약세만큼 강세를 띠지 못하고 위안화에 연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율시장에서 비달러 자산의 영향력은 50%를 넘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한국이나 중국 모두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인 만큼 조작국으로 낙인찍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서 환율전쟁으로 맞서는 중국의 전략도 예의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