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대통령 취임식 풍경과 벤처기업들

2025-07-04 13:00:04 게재

7월 17일 열리는 대통령 임명식에 기업인들도 참석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재용(삼성), 최태원(SK) 등 주요 그룹의 총수들이 등장할 것이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 대통령 가족석 바로 뒷줄에 일론 머스크(Tesla), 마크 저커버그(Meta), 샘 알트만(Open AI) 등 유명기업의 총수들이 얼굴을 비췄다.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최고 경영자들을 관통하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그들의 선대가 창업한 기업을 물려받은 2~3세 경영자이고, 미국의 그들은 당대의 창업자라는 점이다. 미국의 그들은 모두 벤처창업을 통해 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우리나라 KOSPI시장 전체의 가치는 미국 엔비디아의 시총과 비슷하다. 엔비디아는 1993년에 창업했고 오래됐다는 마이크로소프트는 1975년이 창업된 해이니 업력이 아무리 길어도 50년이다.

왜 미국과 중국은 벤처창업 활발하고 세계적 기업 나오는지 근본 살펴야

문제는 시가 총액의 차이가 아니라 당대 창업해 업력이 30여 년밖에 안 되는 기업의 가치가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의 가치와 맞먹는 일이 일어나는 창업생태계의 차이이다. 이 차이를 좁히는 일이 새 정부의 할 일이다. 왜 미국과 중국은 벤처창업이 활발하고 거기서 나온 기업들이 세계를 이끌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그리고 근본부터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벤처 1세대는 1990년대, 2세대는 2000년대에 등장했다. 벤처로 성공한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의 창업자들은 모두 공대 출신들이다. 1980년대는 전기·전자 관련 학과에 최고의 수재들이 몰렸고 90년대에는 컴퓨터공학 같은 IT 관련학과에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의학계열 학과가 모든 대학의 합격선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의대로의 쏠림은 벌써 20년을 넘어선 현상이다. 벤처 키운다고 예산을 배정하기 전에 최고의 인재가 왜 병원에 몰려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최고의 인재가 공대로 진학하는 반면 서울대 자연계열에 입학한 학생 중 상당수가 다시 의대로 진학하기 위해 휴학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용주의자라고 한다. 실용의 핵심은 무언가를 실천했을 때 결과가 유용해야 한다. 예산을 배정하고 올해에 벤처창업 몇개 하는 식의 지원제도는 그 결과가 별로 유용하지 않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유용한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본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최고의 인재가 자연계열로 진학해 신기술을 만들고 이를 사업화해 세계가 우러러보는 기업이 탄생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숙제처럼 미뤄온 교육개혁과 의료개혁을 새 정부에서 성공시켜야 한다.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실패도 성공 과정으로 인식해 창업가라면 당연히 겪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새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로 대폭 전환하겠다고 했다. 포지티브냐 네거티브냐 하는 규제의 형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규제 당국의 태도다. 규제의 목적이 일이 되도록 하는 유용함에 방점을 두어야지 새로운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를 사전에 막는 것에 초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규제에 대한 부담 없이 신기술을 시험하고자 도입한 규제샌드박스가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 정책이 유용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증거다.

벤처 창업생태계의 토대 근본부터 재설계하는 데 국가 명운 걸어야

새정부가 출범한 지가 아직 한달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 내외의 사정이 심상치 않다. 마무리되지 않은 관세협상 등 불확실성이 가득하다. 이런 때는 함부로 움직이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 벤처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개혁을 포함해 창업생태계의 토대를 근본부터 재설계하는 데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김문겸 숭실대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