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형 AI전략의 투자최적화 방안

2025-07-07 13:00:05 게재

새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은 정책 사령탑에 현업 최고의 전문가들을 선임해서 첫 출발이 산뜻하다.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세계 3대 강국’ 달성에 대한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정부는 현재 민간 부문의 의견을 수렴 중인데 업계에서는 대형 언어모델보다는 산업계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강세를 띤다. 정부는 기존 공약에 얽매이지 말고 대통령 취임사에서 제시한 AI 3대 강국 전략개발에 집중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AI 모델을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AI 기반모델과 분야별 개별모델로 분리하면 AI 개별모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거나 기반모델을 활용하여 개별모델을 완성하는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대규모 기업의 경우 독자개발이 가능하나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비용문제로 인해 기반모델 활용을 선호할 것이다. 정부의 기반모델 구축은 전 산업에 도움이 되며 특히 중소기업 비용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 AI 투자 는 산업 AI, 월드모델, 언어모델 순으로

기반모델에는 챗GPT 등장으로 시작된 대형 언어모델과 최근 새롭게 부상 중인 대형 월드모델(LWM)이 있다. 대형 언어모델은 콘텐츠 생성에 탁월하지만 통계적 예측에 의존해 추론 능력이 부족하다. 대안이 대형 월드모델인데 물리적 원리와 현실 세계 이해에 필수적인 인지 AI를 개발하지만 언어모델에 비해 훨씬 어렵다. 그렇지만 로봇과 자율자동차를 비롯한 물리적 AI와 AI 에이전트 등 산업 AI에 필요한 핵심 요소다. 대형 언어모델은 기계와의 언어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산업 AI 보조역할로 크게 기여한다.

정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는 단기적 성과, 장기적 잠재력, 산업 시너지, 기술 성숙도, 한국의 경쟁력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대형 언어모델은 콘텐츠 생성 등 단기적 활용성이 크고 언어 소통을 통한 산업 AI 보조 역할로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기술 성숙도 면에서 이미 상용화 단계인 상태이며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선두그룹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

대형 월드모델은 기술 성숙도 면에서 초기단계로 선제적 투자에 따라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며 산업 AI의 핵심 기반으로서 장기적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 산업 AI는 단기적 성과가 크고 우리나라 경쟁력이 강하며 기술 성숙도는 상용화 단계에 있다. 이러한 평가에 따르면 대형 월드모델과 산업 AI는 우선 투자 대상이고 대형 언어모델은 후순위라고 할 수 있다. 정책 추진력은 초기 성과 여부에 크게 좌우되므로 투자 1순위는 단기 성과가 탁월한 산업 AI로 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산업별 AI 테스트베드 설치와 월드모델 플랫폼 성공에 힘써야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정책 조합은 산업 AI를 두 기반모델이 지원하는 형태와 월드모델을 산업 AI와 언어모델이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전자는 산업 단위별로 AI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각 테스트베드에 월드모델과 언어모델이 지원하는 정책조합이 최상이다.

후자는 대형 월드모델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설치하고 각 산업의 데이터를 집적하면서 산업별 특화 언어모델 생성을 도모하는 정책조합이 효과적이다. 3개 유형의 AI 모델에 투자액과 정책조합이 최적으로 배분된다면 산업의 활력을 되찾으면서 AI 전환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인프라로서 인재 양성, 규제개혁, 민관협력 추진체 구성은 필수적이다.

한국산업의 강점인 대기업집단의 전폭적인 AI 투자를 유인하면 금상첨화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AI 전환기만이라도 일정 수준 이상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황금주 부여 등 경영권 안정을 보장한다면 반드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거칠 것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장윤종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