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에서 배우는 중대재해 예방법
우리나라는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조치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 한 경영자단체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시사를 얻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정부나 경영자 단체, 개별 기업의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 기업 사례를 통하여 시사점을 밝히고자 한다.
프린터 등 전기 전자 제품을 제조하는 이 회사는 산재가 일본 전체 제조업이나 같은 업종보다 낮다. 회사 목적의 우선순위는 사회공헌과 종업원의 행복 실현이고, 이익은 수단으로 보고 기업경영의 최우선 사항은 안심, 안전, 건강임을 밝히고 있다. 사장은 올해도 안전위생환경의 유지 향상과 종업원의 건강유지 추진이 기업 본질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면서 기업 그룹의 모든 근로자가 안심, 안전, 건강하게 생기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산재 예방에 극한의 노력 기울이는 일본 기업
회사는 5년마다 산업안전 중기계획을 세우고 각 사업장은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입안해 실천하고 있다. 회사의 그룹사는 국내 32, 해외 62개가 있는데 그룹 전체의 안전위생을 총괄하는 총괄안전위생책임자를 독자적으로 두고, 산업안전에 관련한 정보나 방침을 그룹사 전체에 전달하여 산재 발생을 극한까지 예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약 20년간 회사 독자적인 산업안전위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시해 왔는데, 매너리즘 현상이 나타나 사외로부터의 체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제규격인 ISO4501에 가입했다. 현재 회사는 위험평가를 1단계의 공학적 대책으로 건물설비안전, 기계안전, 화학물질안전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정부의 안전 심사를 통과한 기계설비라 하더라도 다시 독자적으로 심사하여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 설비 제작사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화학물질은 정부의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안전심사를 하고 있다. 실제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위해성을 조사해 필요한 대책을 세워서 설비에 따른 재해를 예방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평가로 막을 수 없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작업자, 기계, 재료, 제조 방법이 바뀔 때 마다 또는 3년 마다 모든 작업별로 위험의 발생 가능성, 재해의 정도에 따라 위험 수준을 판정한다. 위험의 발생 가능성 4단계 중 하위 2단계나 재해의 5단계 중 휴업재해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작업을 금지하고 대책을 실시해 위험, 재해의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그룹사 어디든지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그룹 본사에 보고하고, 본사에서는 재해 발생 사업장과 확인회의를 실시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8일 이내에 전체 그룹사에 재해, 사고의 개요가 적힌 재해 속보를 발신하며 20일 이내에 재해발생 원인분석, 대책 내용이 적힌 안전뉴스를 발신한다. 이렇게 한 곳에서 발행한 재해를 다시는 그룹사에서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부문별 산업안전 자율평가를 하는데 안전에 관한 항목 222개, 환경에 관한 항목 55개로 체크 항목이 구성되어 있다. 4단계로 평가해 전사적으로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여 개선계획을 입안해 시정활동을 한다.
처벌 피하려 대형로펌 찾기보다 안전 보건 관리에 더 많은 투자 바람직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어 우리나라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대형 로펌만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 있다. 기업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대형 로펌을 찾는다고 한다. 본말전도다. 처벌을 피하기 보다는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의 경영방침을 강화하고 안전 보건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