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새 한국 건설, 세수 확보가 먼저다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탄 듯이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계엄 사태,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관세전쟁의 충격이 가해지며 올해 1분기 경제는 역성장했다. 그러다 탄핵이 가결되고 순조롭게 대선이 치러지는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경기 개선의 기대감이 커지게 되었다.
매우 불리한 국내외적 환경을 배경으로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등장한 이재명정부는 제1의 공약으로 성장을 내걸었다. 특히 AI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성장을 제1의 공약으로 내세우고 복지 확대 공약은 뒷부분에 배치해 혹시 복지는 후순위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성장 우선'의 개도국 성장주의 아래 오랫동안 복지는 뒷전
이러한 우려는 ‘성장이 우선이고 복지는 성장이 되어야 가능하다’라는 개도국 성장주의가 여전히 한국 사회를 강력하게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주의로 인해 오랫동안 복지는 뒷전이었다. 복지 확대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한 양극화를 상쇄할 정도로 충분하게 확대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모델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큰 틀에서는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 체제하에서 수출 대기업과 금융 부문은 성장했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이야기되지만 다수의 국민은 그러한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경제에서 역대 정부들은 내수 부진을 타개하고자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과도하게 의지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부양은 당장은 경기를 살리는 효과가 있지만 얼마 후에는 가계부채 폭증과 같은 큰 후유증을 남긴다.
복지 확대는 양극화의 고통을 완화하는 정책일뿐 아니라 내수를 확대하는 성장 정책이기도 하다. 복지 확대가 성장 정책이 될 수 없다거나 복지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이것은 자본의 눈으로 복지를 보기 때문이다. 복지 부문은 고이윤 산업은 아니지만 고용 창출력이 크기 때문에 임금이라는 부가가치를 대량 생산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에 따른 기복이 적어 경기 안정화 역할을 하며, 한국경제의 핵심 생산요소인 인적자원을 늘리고 그 질을 올려 장기 성장에도 이바지한다.
복지 수준을 대폭 올리기 위해서는 윤석열정부에 의해 파괴된 세수 기반을 다시 복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출 구조의 효율화로 늘릴 수 있는 복지 규모는 얼마 되지 않으며, 국채 발행을 통한 복지 확대는 일시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어도 영속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감세 원상복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민은 복지를 늘려달라고 하면서 증세는 싫다고 하는, 모순적 요구를 하는 까다로운 상전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국민이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 복지가 필요한 집단과 증세를 싫어하는 집단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명확히 인식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책 설계에 실패할 수 있다.
복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너진 세수 기반 복구가 관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추경이 대규모의 민생 예산 위주로 짜여졌다는 점이 이재명정부의 성장 정책은 윤석열정부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민생 우선 정책을 펴고자 한다면 2026년 예산에 의미 있는 수준의 복지 확대가 담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위축된 세수 기반 복구가 필요하다. 경제가 어렵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약해 증세 거부감이 있다면 당장은 초고소득 계층에 대한 증세,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들의 과도한 불로소득에 대한 증세와 같이 조세 정의에도 부합하고 세수 기반을 넓힐 수도 있는 핀셋 증세부터 신속히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