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주식시장 활황의 비밀
일본 주식시장이 다시 활황세다. 쌀 파동에 미국의 관세압력, 지진 등으로 근심이 많기도 하지만 돈은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작년 주식 활황세에 힘입어 올해 초 3만9000대로 시작한 주가평균 지수가 4월 초 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으로 3만1000대까지 떨어졌다가 7월에 4만대를 넘보고 있다. 미국의 관세부과가 다시 8월로 연기되면서 변동성이 있긴 하지만 충격파가 무뎌지고 있는 것도 배경에 있다.
역대 최고 주가지수는 2024년 7월 11일의 4만2224였다. 지난해 주식 활황세는 전통적인 ‘엔저-수출 호황’과 내수 소비 확대 (인바운드 관광객증가, 임금 인상) 덕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완만한 엔고(달러당 1월 158엔 → 7월 초 145엔) 와 수출 저조 속에서 증시가 하강 후 상승세로 전환된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엔고 뚫고 주식시장 활황 이끄는 네 가지 동력 작용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금융 환경의 안정성이다. 일본은행은 올해 들어 금리 인상을 예고했지만, 1월에 기준 단기금리 목표를 0.25%에서 0.50%로 상향 조정한 후 상반기에 추가적인 인상이 없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반기에 1.0% 내외다. 둘째로 기업의 체질 개선이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해왔다. 게다가 가격 지배력이 강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환율 영향을 덜 받는다. 작년과 올해 연속 3%대의 임금 상승으로 내수 소비 여력이 회복되고, 올해 상반기 월평균 약 380만명 (한국은 월평균 약 140만명)에 달하는 인바운드 관광 폭증(전년동기대비 약 15% 증가)으로 내수 기업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셋째로 해외 자금의 적극적인 유입이다. 해외의 헤지펀드 및 연기금이 일본 증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 주식의 거래(대금 기준) 중 60~70%는 해외 자금이 차지한다. 글로벌 주가지수인 MSCI지수에서 일본 주식의 비중이 상반기 재평가를 통해 확대돼(5.0%→5.4%) MSCI 지수를 따르는 ETF(상장지수펀드)나 연기금, 인덱스 펀드 등이 일본 주식을 자동 매수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엔고 환경은 달러 기준 투자자에게는 향후 환차익을 기대하게 만든다.
넷째로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순자산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PBR(주가/순자산비율) 1.0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 주주배당 증대 등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명단공개·제재 강화”까지 실행되자 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본격 확대하였고 이로 인해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크게 상승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주주권 강화 흐름이 “행동주의 투자”와 결합하고 있는데, 6월에 개최된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실제 CEO 해임(타이요 홀딩스), 이사회 전원 교체(토쿄 코스모스 일렉트릭)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주식시장 상승을 경제력 강화로 이어가는 정책 추진
결국 이번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기업 체질 개선, 내수 회복, 외국인 자금 유입, 기업지배구조 개혁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 새로운 활황 국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엔고 국면에서도 일본 주식이 매력적으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 흐름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담보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주가 상승을 실질적인 경제력 강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에 머무는 유동성이 실물 경제 투자로 연결되고, 산업 혁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금융경제와 실물경제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적극적인 기술 혁신과 설비 투자를 해야하고 임금 상승과 고용 안정·확대를 동반하는 거시 경제 정책을 정부가 밀고 가야한다. 지금 일본은 그 방향으로 키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