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광주 공항 이전 논의의 난제들

2025-07-11 13:00:01 게재

광주 민·군 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옮긴다는 구상이 다시 표류하고 있다. 전남 무안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 주 광주 전투비행장의 무안 이전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광주시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루 전날 강기정 광주시장은 인터넷 댓글에서 자신이 무능한 시장으로 낙인찍혔다는 발언도 했다. 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노력이 나오는데도 답답한 불협화음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고 있다. ‘무안공항이 주변 조류 이동으로부터 객관적으로 안전하느냐’의 문제다. 공항 안전은 탑승자들의 생명과 직결된다. 무안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으로부터 여전히 불안하다면, 그래서 ‘참사’가 재발할 위험이 있다면 무안공항 이전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려져야 한다.

광주 전남 양쪽 지역의 공방과는 별도로, 광주공항 사용자인 공군 조종사들은 심란하다. 중요한 점은 조종사의 목숨과 전투기(훈련기)의 안전이 위험에 놓여 진다는 것이다.

군 공항 이전 논의에서 놓치고 있는 조종사 목숨과 훈련기 안전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엔진에서 가창오리 흔적이 확인됐다. 가창오리 떼가 여객기 엔진 2개 모두에 흡입되면서 불꽃과 폭발을 발생시켰다. 여객기는 동력을 잃으면서 바퀴를 내리지 못했고, 곧바로 참극이 덮쳤다. 국토교통부의 발표에서 당시 가창오리가 얼마나 무리져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창오리는 수만 마리가 모여서 하늘에서 군무를 벌이는 새로 유명하다. 새는 천적인 매를 보면 무서워 도망가지만 덩치 큰 비행기를 상대할 때는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는 공중에서 전후좌우로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새의 비행 방향은 예측하기 어렵다. 군 조종사들은 새떼를 ‘자연의 힘’으로 묘사한다. 인간이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단지, 군 조종사들은 새가 엔진에 흡입되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비행기 엔진과 조종실이 연결돼 있어서 흡입된 새가 타면서 냄새를 내뿜는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도 제주항공 조종사는 블랙박스가 멈춘 지 6초 만에 관제탑에 조류충돌을 알리고, 비상선언(메이데이)을 외쳤다.

여객기에서 사용되는 항공기는 대개 엔진이 2개 이상이다. 그러나 전투기는 소형 항공기에 속하기 때문에 단발 엔진을 장착한 기종이 꽤 있다. 한국군이 보유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가 단발이며, 주력 전투기인 F-16도 단발이다. 광주기지의 보유 기종인 T-50, TA-50도 모두 엔진이 1개다. 무안공항에서 이착륙 훈련을 해야 한다면 군 조종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비상 상황이 발생해 사전에 새떼를 제대로 쫓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급거 이착륙한다면 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광주 군 조종사들은 엄밀히 말하면 학생 조종사들이다. 이들은 여기서 고등비행 과정을 수료하면 전투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걸게 된다. 대부분 대위로 갓 진급한 신혼 초기 청년들이다. 이들을 새떼와 마주치는 곳으로 밀어 넣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무안공항 이전 전제로 고속전철 우회로 공사에 1조1000억원 투입

무안공항 이전을 전제로 많은 사안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무안공항 고속도로는 오래 전에 건설됐다. 고속전철도 무안공항을 경유하느라 우회노선으로 1조1000억원을 더 퍼부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실행에 옮겨진 정책은 설령 그것이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중간에 고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책 집행자들의 타성, 책임 회피에 이권이 더해지면 수정은 난망이다. 그렇지만 사회의 각 분야에서 잘못된 점을 고치고 능률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로 개혁이 아닌가. 현재의 불협화음은 애초 잘못된 논의 방향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김성걸 동아시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