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버린 AI’를 위한 전략적 투자

2025-07-14 13:00:03 게재

신정부 출범 이후 ‘소버린 AI’의 국가 전략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정책 집중과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는 한국의 AI 주권에 기반한 성장을 이끌어 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제조업과 기술 중심의 경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는 모든 혁신과 성장의 기반을 기술 R&D 투자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다만 이러한 특정 과학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와 인재양성은 기술고도화보다는 기술일반화를 가속화시켜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분야의 경쟁은 치열하나 부가가치는 떨어트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술 보유나 투자 규모의 경쟁을 넘어, AI기술의 산업 연결력, 사회적 가치 제고라는 질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결국 기술을 얼마나 넓고, 깊고, 지속가능하게 사회에 녹여낼 수 있는가의 경쟁이다.

AI경쟁, 산업 연결력과 사회적 가치 제고라는 질적 경쟁으로 전환

‘소버린 AI’에서의 핵심이 한 국가가 자국 언어, 문화, 규제, 전략을 반영한 AI 기술을 자체 개발 운영해 성장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의 언어, 문화, 규제, 전략이 AI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산업 정책에 연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연구 또한 AI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AI 경쟁력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엔지니어 수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리터러시 집단’이 얼마나 넓은지도 경쟁력의 핵심이다. 결국 산업 전반과 지역 및 사회의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자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AI 기술이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최종 사용자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중장년층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위기감 속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과 학습 의지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자영업, 농업, 지역 소기업 등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활발하며, ‘단순한 기술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사용자’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중장년층과 지역 주민 등 ‘비전문가 사용자’를 위한 체계적인 AI 교육과 학습 플랫폼 구축이 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적 AI 윤리와 사회적 수용성 기반 마련을 위해 기술의 신뢰성과 포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집중적인 연구와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과 EU,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AI 윤리, 수용성, 사회 문화 변화를 다양한 공공기관 및 대학에서 대규모 조사 분석을 통해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도와 법규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나가는 노력으로 AI에 대한 새로운 제도와 법률제정의 글로벌 주도권을 가져가고자 경쟁하고 있다. 기술 우위는 초기 전략에서는 핵심이지만 결국 치열한 비즈니스 경쟁이 시작되면 제도와 법률이 경쟁의 기준을 정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여러 관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나 보다 다양한 대규모 장기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제도 도입과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AI 중심의 국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시점

그간 한국 경제와 사회 발전의 가장 핵심 강점인 ‘빠른 속도’는 한정된 가용 자원에서 집중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시켜 왔다. 이 빠른 속도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제 한국의 경쟁력은 소버린 AI를 국가 전략으로 실행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AI 기술과 산업의 혁신뿐만 아니라 AI 중심의 사회, 문화, 제도, 시스템의 선진국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국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시점이다.

고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AI첨단경영대학원 교수